맛과 품질을 때문에 값을 더 주긴 좀 그렇다.
커피 광고에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다.
'"고품질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여 고급진 풍미의 커피~"
커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아라비카 커피를 익숙히 들어봤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다른 커피들보다 '아라비카'가 적혀 있으면 뭔가 고급진 느낌이 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아라비카'라는 문구는 다른 제품들보다 비싸더라도 구매자의 지갑을 여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라비카 커피에 우리가 더 비싼 가격을 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마케팅에 불가한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도대체 아라비카는 어디서 나온 말인지, 그리고 아라비카와 비교되는 로부스타는 또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비싼 돈을 내고 아라비카 커피를 를 먹을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일단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원두는 커피나무에서 열리는 커피 체리 과육 안에 씨처럼 존재한다. 이 씨처럼 생긴 것을 커피 체리 통째로 자연 건조하거나 물을 이용해 과육을 벗기는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 커피 원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체리가 열리는 나무의 품종에 따라 커피의 품질이 달라지고 맛도 특징도 뚜렷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한라봉, 귤, 천혜향 또는 거봉, 포도, 샤인머스캣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커피나무에도 여러 종이 존재하고 서로 교배해서 생긴 새로운 품종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품종에 따른 특징과 맛 또한 다양하다.
아라비카는 커피나무의 종 중 하나이다. 또한 아라비카에 속하는 수많은 품종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교배종과 돌연변이들이 탄생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품종이 계속 생겨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라비카와 자주 비교되는 로부스타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자.
로부스타는 카네포라의 품종 중 하나이다. 주로 남아메리카 또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되었던 아라비카와 달리 로부스타는 과거에 주로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를 중심으로 재배되었다. 최근에는 베트남이 가장 큰 로부스타 품종의 생산지가 되었다. 세계 로부스타 총 생산량 중 40%가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우간다가 그 뒤를 잇는 로부스타 생산국이다.
생산국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품종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재배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높은 지대에서 재배해야 하는 아라비카 품종과 달리 200M에서 800M의 낮은 고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그리고 아라비카에 비해 로부스타는 질병에 강해서 생산성이 높다는 큰 장점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품종을 주로 재배하는 나라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다른 차이점은 맛이다. 아라비카 품종은 물론 재배되는 지역과 품종에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일의 톤과 단맛, 견과류의 고소함 등 좋은 향미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산미가 거의 없고 단순한 맛을 표현한다. 주로 나타나는 맛으로는 강한 쓴 맛과 높은 바디감이 있다. 이러한 맛의 차이 때문에 두 품종이 거래되는 가격과 주로 사용되는 용도가 다르다.
재배가 힘들고 생산성은 낮지만 맛과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커피는 스페셜티 등급 커피로 주로 사용된다. 이와 반대로 재배가 쉽고 생산성도 높지만 맛이 단순하고 아라비카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로부스타는 인스턴트커피처럼 대량 생산되는 제품 또는 다른 커피와 브랜딩 하여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로부스타 원두는 아라비카에 배해 크기가 작고 원형에 가까운 모양이며 원두 가운데 줄은 직선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아라비카는 원두 크기가 크고 타원형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머리게 그려지는 원두의 모양이다. 또한 원두 중간에 선은 S자 모양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맛을 가진 아라비카가 더 많은 카페인을 함유할까 아니면 쓴 맛이 두드러지는 로부스타가 카페인을 더 함유하고 있을까. 카페인 함유량은 로부스타가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세계에 퍼진 경제 침체 현상으로 인해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먹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필수 소비재가 아닌 커피를 통해 전체 소비를 줄이려는 경향이다. 반면에, 인스턴트커피의 판매율을 증가했다고 한다. 호주 시장의 증가하는 인스턴트커피의 판매량에 대해 조사했을 때도 이러한 소비 경향을 볼 수 있었다. 2022년 코로나 이후로 호주 슈퍼마켓의 커피 판매도 세계의 소비 경향을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스턴트 또는 저렴한 커피의 원재료가 되는 것이 바로 로부스타 품종이다. 재배도 쉽고 생산성도 좋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로부스타의 상승세가 커지면서 로부스타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로부스타는 2023년 12년 만에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로부스타의 수요가 높아지며 경제적 가치도 상승하게 되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부스타 생산국의 기후와 사회적인 영향으로 로부스타 재배 효율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커피의 맛과 품질이 떨어지도 가격도 저렴해서 붙었던 싸구려라는 불편한 별명도 미래의 기후 변화와 경제적인 변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페셜티 등급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카 품종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고의 커피로 뽑히는 게이샤 품종도 아라비카 종이다. 나 또한 5년 넘게 호주 스페셜티 카페나 로스터리에서 일하며 로부스타 품종을 마시거나 다룰 기회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호주에 있는 카페들은 아라비카 품종을 선호한다.
작년에는 베트남 친구가 스페셜티 등급의 베트남 커피라며 선물을 했었다. 나는 당시 베트남에는 로부스타 품종만 생산하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페셜티 등급의 베트남 커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로부스타와 스페셜티 등급의 만남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고, 로부스타도 아라비카 커피처럼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눠 생산되고 있었다.
로부스타에도 아라비카 스페셜티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비슷한 시스템이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에는 구축되어 있다. 로부스타는 Fine, Premium, Commercial로 등급을 나누고 상위 2%에 든 커피만 Fine 등급을 얻는다.
그렇다면 Fine 등급을 받는 로부스타 원두의 맛을 어떨까. 아라비카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처럼 산미와 단맛이 균형을 이루는 맛일까. 로부스타 등급의 경우는 단맛이 강하고 쓴맛이 존재하지만 강한 단맛과 쓴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맛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품종의 특성상 산미에서 좋은 맛을 찾기보다 로부스타가 가진 쓴맛과 넛티함에서 장점을 잘 끌어낸 커피에 Fine 등급을 주는 것이다.
현재 대표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커피의 종 2가지를 알아봤다. 아라비카가 로부스타보다 비싼 첫 번째 이유는 재배 성공률이 낮고 재배, 수확, 가공, 배송 과정에서 다른 품종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비카가 로부스타보다 재배도 어렵고, 질병의 위험도 커서 마지막까지 커피나무에 열매가 건강하게 매달려 있을 확률이 로부스타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두 번째 이유는 앞서 말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의 품질과 맛이 독보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산미와 단맛이 균형적으로 표현되며 부드러운 향미를 가진 특징이 커피를 비싸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맛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경제적 투자와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아라비카의 최고 가격이 매년 갱신되고 있다.
인스턴트커피를 소비하는 소비자라면, 물론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고품질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로 쓰이지 않는다. 아라비카 커피 중에서도 인스턴트 제품으로 빠지는 생두는 아마 품질이 낮거나 결점이 상대적으로 많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맛의 차이라면 모를까, 품질 때문에 아라비카를 사용한 인스턴트커피를 굳이 고를 것 같진 않다. 또한 이전에 결점두에 대한 리서치를 한 후에는 맛과 건강을 위해 되도록이면 인스턴트커피보다는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선호한다.
지구 온난화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아라비카의 미래는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고 가공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원두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버티는 일이 로부스타 품종에겐 쉬울 수 있지만 아라비카 품종은 몇 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카만이 가질 수 있는 훌륭한 맛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또한 더 나은 품질과 맛을 위해 연구하는 비율이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높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품질과 맛의 커피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로부스타에 투자되는 돈은 훨씬 적은 양이다.
기대할 수 있는 거래 가격이 싸고 아라비카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지금까지는 로부스타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와 세계 경제가 변화함으로 로부스타에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미래 멸종 위기 종으로 커피가 뽑히기도 한다. 이러한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에 대한 적극적인 합동 연구 개발로 아라비카의 맛을 가지며 로부스타의 재배 용이성을 가진 품종이 개발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