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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14. 2017

#85

연재소설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다 어디서 온 거지. 눈바람 맞으면서 대단하다.

-이때가 생필품 사기에 가장 좋지. 아까 두클라 롯지 주인장 왔다 갔잖아. 콜라랑 담배랑 소스랑 사간다고, 하루 만에 내려가서 다시 하루 만에 두클라에 올라가고 역시 네팔 사람답다.

-하려면 하겠는데 보통일이 아니지. 포터들은 100킬로씩 가지고 올라간다잖아. 원정 시즌엔 새벽에 남체에서 출발 고락쉡까지 하루 만에 올라간다잖아. 무게를 줄이긴 하겠지만. 고산에 적응돼서 그렇지 우리 같은 사람은 올라가다 객사할지 몰라

-히말라야 어딘가 길을 걷다 객사하는 거야? 등반가처럼 산에도 못 올라가고?

아무튼 끝물이라 그런가 많이 철수했네. 살 것도 안 보이고. 빨리 숙소 잡고 카페 가서 와이파이나 해야겠어. 며칠간 세상과 연락하지 않았더니 손가락이 근질근질거린다.


-집에 안부전화는 해야지.

-그래야지. 일주일 이상 연락 못했으니까.

-어머니가 걱정하시겠다.

-아무래도. 세계 여행한다니까 걱정하시지. 처음부터 히말라야 트레킹 하지. 그다음은 어디갈지 모르지만.

 부모에게 자식은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고 아이잖아.

-그건 그래. 얼른 숙소 가서 점심 먹자 배고프다. 여기는 식당도 꽤 있잖아. 가볍게 먹고 나와서 또 먹을까?

-그럴까. 좀 먹어볼까.


일전에 묵었던 롯지로 들어갔다. 손님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느긋하게 인터넷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롯지엔 주인장만 있었다.


볶음밥을 먹은 후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트레커들은 이곳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빈자리는 두 자리뿐이었다. 달콤한 카페모카와 브라우니 두 조각을 시켰다.  구석진 자리엔 먼저 내려간 부녀 일행이 있었다. 눈이 그치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만 더 기다려보고 멈추지 않는다면 무리해서라도 몬조로 내려간다고 했다. 걱정스러웠다. 눈도 바람도 너무 심했다. 창에 눈발이 격하게 달라붙었고 눈은 사선으로 휘날렸다. 조마조마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지만 부녀 일행은 출발을 감행했다. 조심히 내려가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달콤한 카페모카에 브라우니는 입에 착 붙었다. 달콤함은 혀의 감각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었다. 온 신경이 짜릿해지는 경험이었다. 무진은 모카 한잔과 브라우니 한 조각을 더 시켰다.

해가질 무렵은 아니었지만 밖은 어두웠고 바람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창가엔 밖과 안의 온도 차이로 인해 뿌옇게 변해 버렸다. 세상이 요란하니 밖을 보지 말라고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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