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Aug 15. 2017

#86

연재소설

카페를 나와 골목길을 지나 등산 전문점에 들렀다. 쇼윈도에 보인 장비들은 고가의 등산장비처람 보였다. 이태리 유명 브랜드가 보였는데 등산화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일반적인 등산화뿐 아니라 고산등반에 필요한 이중 등산화, 아이스 피켈, 크램폰 등 등반에 필요한 장비들이 있었다. 로프는 보이지 않았다. 카라비너, 하강기 등 암벽을 오를 때 쓰이는 기구가 있었다. 생활방수가 되는 등산가방과 압축 색이 있었는데 무진은 당일 산행에 쓸 25리터 배낭을 하나 샀다. 기주는 스포츠 타월을 장만했다. 상대적인 체감이지만 물가는 카트만두와 비슷했다. 어쩌면 더 싸게 샀는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소재 구스다운은 아니지만 프리미 로프트 충전 소재의 방한 바지를 하나 더 장만했는데 부피도 작았고 값도 저렴했다. 무진은 바지까지 장만했다. 기주는 한국에서 미리 장만했는데 무진이 알려준 구스다운 바지를 가지고 와서 아주 가볍고 따뜻하게 입고 다녔다.


견물생심일까 보이는 것마다 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괜히 사면 필요할까 싶어 밖으로 나오기 힘들었다. 긴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식당엔 중국인 커플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제 올라가는 중인데, 내일 탱보체로 올라간다고 했다.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에 오른다고 했는데 추위를 너무 타서 걱정이라고 했다. 남체에서도 추위를 많이 타면 위로 올라갈수록 더 추워진다고 알려줬다.


포카라로 이동해 일주일간 쉬고 안나푸르나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시간이 맞다면 혹은 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서 걷다가 만나게 되면 인사라도 하자고 했다. 높은 곳에 처음 올라간다고 걱정이 많았다. 기주는 우리도 처음이어서 걱정 많았는데 다행히 별일 없이 잘 다녀왔다고 했다. 물론 고산병에 힘들긴 했지만 별 탈 없이 다녀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나 사람마다 다르니 꼭 몸조심하라고 일러줬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마다블람에도 다녀오라고 말했다.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샤워를 못한 지 10흘이 넘었다. 머리엔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만 같았고 손톱엔 때가 끼었고 얼굴엔 수염이 덥수룩했다. 물티슈로 매번 문지렀지만 꾀죄죄한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익숙하기도 했다. 2-3일이 힘들었지 그 이후론 생각하지도 않았다. 속세에서 일련의 반복되는 일이 산속에선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자연으로 깊게 들어갔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만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8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