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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13. 2017

#84

연재소설


밤사이 그칠 줄 알았던 눈은 그치지 않았다.오히려 눈발은 더 거세졌고 길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발목까지 눈이 쌓여있었다. 불안한 감정이 찾아왔다. 사부작 걷고 싶었던 눈길인데 양을 보아하니 들뜬 감정보다 걱정이 더 앞섰다. 탱보체에서 남체까지는 길어야 4시간이면 도착하지만 남체 이후 몬조로 가는 길 팍딩으로 가는 길이 염려스러웠다. 남체에서 몬조로 가는 길에는 절벽과 절벽을 이어주는 철제 다리가 있는데 그 높이가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 높이였고, 사람이 걸을 때마다 다리는 휘청거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리에서 미끄러질까 두려움도 생겼다. 적당히 눈이 오길 바랬지만 세상에 적당히 아니 사람의 마음처럼 되는 일은 세상에 없었다.


부녀 일행은 일찍히 숙소를 떠났다. 몬조까지 간다며 남체에서 루클라까지 하루에 가기엔 벅차다고 말했다. 7시가 되기도 전이었다. 루클라에서나 카트만두에서 다시 보자고 말했다. 아침부터 눈바람에 걱정이 앞서 일찍 나오지 않았더라면 인사도 나누지 못할 뻔 했다.


타카는 오늘만 지나면 괜찮다고 했다. 겨울시즌에 종종 많은 눈이 내리지만 그동안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번씩 내려줘야 다시 날씨가 좋아진다고 했다. 오늘은 많은 눈이 내릴 예정이라 남체에서 쉬고 혹여나 다음날에도 눈이 그치지 않는다면 하루더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했다. 허나 몬조 이후부터는 고도가 낮아 그곳엔 눈이 아닌 비가 많이 내린다고 했다.


무진이 먼저 내려갔다. 눈바람에 눈을 뜨기 어려웠다. 눈보단 바람이 심했다. 탱보체에서 남체로 가는 첫 길목은 경사진 내리막길 이었다. 올라올때도 심한 경사에 숨을 헐떡였는데 내리막길 에서는 미끄러질까봐 더 조심하게 됐다. 기주는 무진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간혹 슈욱 하고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익숙한 이 길도 수없이 다녔을 타카에게도 눈길은 항상 조심해야했다.


-조심히 내려가. 넘어지면 난리난다.

-천천히 내려가고 있어.


두마디 나누고 말없이 계속 내려갔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산 능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야가 가려 남체의 위치를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어려운 길은 다 끝이났고 평평한 길만 남아 있었다. 눈발을 헤치고 몇 팀이 탱보체로 올라갔다. 올라올 때 쉬었던 장소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남체에 도착 했을 땐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토요일 남체에 시장이 열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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