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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12. 2017

#83

연재소설

-깜깜한 밤이 달빛에 물들어 세상이 밝아져 눈 내리는 지금 이순간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운치 있을텐데 지금. 눈 내리는 구름만 움직이지 않고 달과 별을 가리지만 않는다면 가능할텐데.

-신이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일이야.

-상상이 현실이 되면 세상은 혼돈해 질꺼야. 뒤죽박죽 되는거지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거야. 카오스가 되는거지. 그런데 세상은 점점 변해질꺼야.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눈이 계속 내리면 내일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또 모르지, 사부작 사부작 눈을 밟고 갈수 있을지.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되는건가?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 눈 밟는 소리 좋더라. 뽀드득 하는 소리.


겨울에 대관령에 간적이 있었다. 여행가자며 청량리역에 갔다. 가장 빠른 기차표를 예매 했다. 단양행 기차였다. 계획없이 떠나 여행이었다. 단양에 도착해 역사 앞 큰 지도를 보고 도담삼봉에 찾아갔다. 겨울에 도담삼봉이 있는 강가는 얼어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왜 겨울에 이곳에 왔냐며 물었다. 기주는 답했다.

'그냥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단양 팔경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라기엔 막연한 풍경에 기주와 무진은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강릉 가자, 대관령에 가볼까?

-그래. 가자.

단양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는 2시간 후에 강릉으로 떠난다. 시장을 어슬렁 거려도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파가 찾아온 탓일까 시장 상인들도 많지 않았다. 시장 구석에 위치한 국밥집에 들렸다. 기주는 뼈해장국 무진은 순대국을 시켜 먹었다.


강릉엔 오후 6시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안목항에 내렸다. 단양보다 사람이 많았다. 커피전문점도 많았고 술집도 많았다. 조개구이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이모는 찬을 내주고 조개를 내오셨다. 불판에 조개를 올려놓고 식당이모는 무진을 향해 한마디 하셨다.

'삼촌이 구워.'

뜬금없는 이모의 말에 둘은 웃음이 터졌다.

소주와 맥주를 시켜 소맥을 말았고 몇 잔 들이켰다.

취기가 살짝 오른 상태로 식사를 마치고 밤바다 해변을 걷고 싶었지만 칼바람으로 인해 눈도장만 찍고 나왔다. 근처 모텔에 들어가 둘은 그대로 뻗었다.


다음날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고 바로 횡계가는 버스를 탔다. 횡계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대관령목장으로 갔다. 대관령 휴게소엔 목장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대한 목장은 나무로 만든 울타리 주위로 한 바뀌 돌수 있었는데 무릎까지 눈이 쌓여있어 걷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마저도 깊게 자리나 있었다. 바람은 왜 그렇게 차가운지 귀가 떨어질 것 같았고 손가락은 마비가 올 기세였다. 손을 맞잡고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온기가 부족했다. 입술은 새파랗게 변했고 양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에 바른 로션이 부족했을까 버짐이 올라올것만 같았다.

양들에게 먹이를 주기는 커녕 곧장 휴게소로 내려오기 급했다. 습기를 머금은 겨울 추위는 세상 어디에 견주어도 상위권에 들어갈 추위였다.

그때의 기억이 탱보체에서 기주에게 스쳤다.


-한국도 어지간해 겨울 추위는 그치?

-장난아니지. 왜 우리 대관령 갔을 때 기억나?. 진짜 대박이었는데. 귀 떨어지는줄 알았어.

-나도 금방 그 생각 했는데.

-잊을만 해야 잊지. 대관령은 어휴. 완전 칼바람. 세상에 뭔 바람이 사람을 죽일듯이 불어와.

-맞아 맞아. 손가락 동상 오는 줄 알았어. 남들은 장갑에 모자에 다 쓰고 왔는데 우리는 하나도 없었잖아.

-대관령도 갑자기 간거 아니야. 단양 가서 안목항으로 그리고 대관령

-그랬지. 청량리 가서 가장 빠른 표 사고.

-그래서 기억에 남나봐.  이제 눈좀 붙여야겠다.

-그럽시다. 자야 걷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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