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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10. 2017

#82

연재소설

괜히 찔리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좋아 술을 마시면 술이 달다. 술을 마시다 술이 술을 부른다. 여러번 무진은 기주에게 혼이났다. 적당히 좀 하라고. 다짐 하지만 알딸딸한 상태에서 술이 좀더 들어가면 다짐은 개나 줘버려라고 1초만에 무장해제된다. 술이란 사람의 마음을 수시로 바꿔준다.


과히 마시면 까탈을 부리기도 하지만 술은 힘을 주고 기운을 돋아나게 하여 마시는 음식으로 생각했다. 술을 즐기고 흥을 아는 한국인의 DNA가 긴 시간동안 이어졌을 거라 짐작했다. 술 한잔에 깃든 정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관계를 허물어 주는 신비한 명약 같기도 하다. 7명이 함께한 술자리, 히말라야 바라보며 마시는 정은 세상어디에도 견줄만한 자리임에 분명했다.


타카는 무스탕커피를 사왔다. 무스탕커피는 커피술이었다. 타카는 본인이 사는거니 편히 마셔보라고했다. 가끔씩 술이 생각날 때 마신다고 했는데 탱보체에서 마시는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창은 팍딩에서 마셔야 한다며 지금 마시는것과 비교해 보라고 했다. 집집마다 창을 만들지만 다 맛이 다른데, 본인이 마셔본 창은 팍딩이 최고라고 했다.


술자리가 끝났다. 열이 올라 기주, 무진, 타카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러 뷰포인트로 향했다. 남체에서 보았던 설산이 더 가깝게 보였고 천길 낭떠러지 근처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뷰 포인트에서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길이 어렴풋이 보였다. 팡보체가 어디쯤인지 딩보체가 어딘지, 고락쉡은 또 어딘지 짐작으로 알수 있었다. 가깝고도 먼 그곳은 이제 쉽게 다가설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순간 기주에게 그동안 걸었던 길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생생했다.


술기운에 얼굴이 홍조가 되었던 기주의 얼굴은 본래의 색으로 하얗게 변했고 무진의 얼굴은 까맣게 돌아왔다. 방에는 정사각형 30cm 창이 하나 있었는데 작아도 너무 작은 창에서 아주 볼품있는 멋진 풍경이 창에 가득했을 법 했다. 깊고도 뾰족한 산세와 협곡이 있을테다. 때마침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내리는 밤은 운치 있지만 구름에 가려진 별들이 사라져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찼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손의 촉감으로만 눈인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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