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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09. 2017

#81

연재소설

-아마다블람은 꼭 다시 온다. 텐트챙겨서 올꺼야. 베이스캠프에서 하룻밤 자볼꺼야. 그곳에서 밤 하늘 보면 엄청 짜릿할거 같지 않어?


무진은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어. 맞아. 여기만한 곳이 또 있을까 몰라. 어딘가 새로운 곳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말이야. 한번쯤 야외에서 자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수 있지.


기주가 맞받아쳤다. 그때의 기억과 감동이 움찔하며 떠올랐다. 거대한 공터, 찌를듯한 꼭대기, 파노라마로 펼쳐진 아마다블람 산군, 강렬한 태양, 새파란 하늘, 가슴까지 적셔준 차가운 바람, 그리고 사람.


가슴 시리도록 멋졌고,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릴 감동이 있었다. 그곳을 다녀온것이 먼 옛날 일 같았다. 타카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지나쳤더라면, 모르고 있었을 때와 알고 있는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알려주고 싶은 명소라고 기주 무진은 생각했다.


하산길은 속도가 붙었다. 산도 길도 주위에 모든 풍경이 익숙해졌고 눈으로 스캔하면서도 발걸음은 늦춰지지 않았다. 컨디션은 최고조에 달했다. 순간 순간 지나치는 풍경을 마음으로 사진으로 담으며 내려갔다. 아쉬운 마음에 한 두번 뒤돌아봤다. 3시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탱보체에 도착했다. 내려가는 길목에서 부녀 일행을 만났고 먼저 내려간다고 했다. 롯지 이름도 들었고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탱보체에 가장 큰 롯지는 크기만큼 트레커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롯지는 오솔길을 따라 뷰포인트가 있는 외진곳에 있었다.


탱보체 사원 앞 큰 공터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숨을 거칠게 쉬는 여인이 탱보체에 도착했다. 베이스캠프로 올라가는 일행이 뒤에 4명이 더 있었는데 그녀가 먼저 올라왔다. 지쳐있는 얼굴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그녀는 가이드에게 팡보체로 가자했다. 가이드는 원하면 갈 수 있지만 이 속도로 가게되면 9시가 되서도 도착하지 못한다고 했다. 무리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나머지 일행이 올라왔는데 그들은 그녀보다 더 지쳐보였다. 일행중 남자의 바지는 수선을 하지 않았는지 등산화 밑창에 바지가 계속 끌렸고 그가 입은 바지는 마치 스키복과 비슷했다. 얼굴엔 땀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일행은 서로 몇마디 하더니 쉼을 선택했다.


기주가 거들었다.

-지금이 4시가 넘었는데 팡보체에 가는 건 무리야. 한 시간만 지나면 해떨어지고 기온도 엄청 내려가는데 큰일나. 여기서 쉬고 올라가. 안그럼 내일은 더 힘들지도 몰라.


그녀도 맞다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했다. 우리가 먼저 롯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그들도 우리를 따라 들어왔다. 30분이 지날쯤 한국인 부녀 일행이 들어왔다.


-창을 사왔는데 일찍 먹을까요? 저녁도 같이 시키고 마셔요. 이제 끝물인데.

-좋지요. 배도 고프구요. 술도 땡기네요.


모모. 만두와 비슷했다. 속이 달라 맛이 달랐지만 소스도 생전 처음 맛본 맛이었다. 모모를 비롯해 피자, 삶은감자, 통조림 깻잎, 된장국, 김치, 밥을 주문해 창과 함께 곁들였다. 막걸리처럼 발효주인 창은 주조하는 방법에 따라 도수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는데 대부분 5도 안팎이었다. 새큼하지만 톡쏘는 탄산은 거의 없었다.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는데 술은 술이었다. 또한 가격이 엄청 저렴한 덕분에 여럿이 마셔도 부담이 없었다. 1리터에 100루피가 전부였다.


관계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술자리는 낯선사람과의 친밀감을 형성해 주는 수단이다. 더욱이 그곳이 해외라는 생각에 마음을 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직장동료라 했던 두분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이 아닌 태국에서 일을 하셨는데 기간이 다 되었는지 3월초에 한국으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방학기간 내내 태국에 있던 그분의 자녀와 셋이서 트레킹을 하러 오셨다. 가족이 더 있었지만 다들 한국에 있다고 했다.


-형님 어제 술 꽐라 된거 알아요?. 제지 하는라 혼났네 내가. 외국인들한테 안되는 영어로 미안하다고 기분이 좋아 술을 많이 마셨다고 이해 해달라고 여러번 말했던거 기억 안나죠? 같이 마시자고 치어스 치어스 하는데 와. 진짜 혼났네 혼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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