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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Sep 04. 2017

#100

연재소설

페와호수는 잔잔하게 흘렀다. 통문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발코니에선 조금 더 가까이 보였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따뜻한 바람이 섞여 있었다. 새벽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움직이는 이가 많이 보였다. 호수를 끼고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 호숫가에 앉아 명상하는 사람, 요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쾌한 움직임보다 잔잔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평화가 있었다.  그 속에 머물고 싶었다.


-커피 줄까?

1층으로 내려간 기주를 보고 사모님이 말했다.

-좋죠. 아무것도 안 해도 좋네요.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아요.

-그래서 이곳에 장기 여행자들이 많아. 푹 눌러앉아 있거든. 잘 움직이지 앉아. 다들 그래.

-진짜요. 그럴 것 같아요. 너무 편해서 좋아요. 일어나서 호수 바라보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왜 휴양지라고 하는지 알겠어요.

-우리 집에서 아침에 밥도 먹으니까 같이 먹어.

-조식도 같이 하시는 거예요?

-그럼. 토요일만 쉬고.

-그렇구나. 어제 카페에서 탕수육 먹었는데, 와 진짜 맛있었어요. 시그니처 메뉴던데요. 김치볶음밥도 맛있었는데 탕수육은 범접하기 힘들던데요.

-세 번 튀기거든, 바삭하고.

-맞아요. 아침은 몇 시에 먹어요?

-8시 30분쯤.

-집밥이네요. 정말.

-네팔에는 언제 온 거야?

-저희 거의 한 달쯤. 카트만두 와서 트레킹 준비하고 다녀오고 이틀 쉬고 포카라로 넘어왔으니까.

-힘들지 않았어? 엄청 추웠을 텐데.

-확실히 위로 올라가니까 춥긴 했어요. 비시즌이라 트레커들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많던데요.

-그렇지 비시즌이라고 해도. 고산병은 없었고?

-저는 괜찮았는데, 무진이는 좀 고생했죠. 고락셉에서 칼라파타르 올라가는데 어지럽다고 해서 뷰포인트에서 내려왔어요. 다행히 내려오니까 괜찮아지긴 했어요. 저는 초반에 다리 아파서 이틀인가 쉬었어요.

-그래도 대단하다. 그럼 이제 안나푸르나 가겠네?

-네. 며칠 푹 쉬다가 가려고요. Abc를 먼저 갈지 아니면 라운딩 돌면서 한 번에 할지 생각 중이에요.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라운딩으로 abc까지 하는 게 괜찮다고 하더라. 쿰부 먼저 다녀오고 나면 abc는 볼게 너무 없다고 하던데.

-그래요? 확실히 다른가 봐요.

-쿰부 쪽이 힘들기도 하고. 라운딩은 할만할 거야.

-라운딩으로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커피 더 줄까?

-네. 제가 가서 타 올게요.

-주방 들어가면 포트 있고 선반 위에 커피 있어.

-네에.


-포카라에는 언제 오신 거예요?

-우리 5년 됐나..,  남편이 먼저 오고 그리고 왔으니까. 여기 좋아. 한국에 있을 땐 바쁘게 살았지. 나도 일하고 남편도 일하고.

-어떻게 결정하신 거예요?

-몰라. 여기로 올 운명이었나.

-저도 일 그만두고 여행 시작했는데, 아직 시작하는 단계니까, 차쯤 알아가겠죠?

-그럴 거야.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마. 자기만 힘들어. 물 흐르는 대로 즐겨봐, 지켜보고, 그러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네. 그래야겠어요. 생각이 많았는데 산에 다녀오고 나서 좀 나아졌어요,

-그래. 이제 준비해야겠다. 좀 있다 내려와.

-네.


기주는 운동화로 갈아 신고 호수로 나갔다. 그때가 7시였다. 하늘은 온전히 파란 하늘을 보였고 물안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메인 바자르 근처에 가자 수많은 보트가 정박해 있었다. 선착장을 지나고 좁은 오솔길을 지났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한 블록 사이로 즐비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계속 걸었다. 깊은 들숨과 날숨을 하며 눈을 감았다.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 새소리, 간혹 개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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