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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Sep 06. 2017

#102

연재소설

-하루 트레이닝받고 이틀 카약킹 하고 밥 주고 재워주고. 200 달러면 괜찮다. 내일 몇 시에 오라고 했지. 10시였나?

-어. 내일 10시. 점심도 준다고 했어. 샌드위치랑 음료수 주려나. 내일 트레이닝받고 뻗는 거 아니야.

-비싼 돈 주고 하는데 열심히 배워야지. 200 달러면 작은 돈이 아니야.

-어지간히 하겠지.

-당연하지. 마스터해야지. 롤링도 해보고. 노 젓는 거랑 레스큐 훈련만 많이 할 거야. 강에 나가서 바로 해야 되니까.

-뒤집어지면 계속 떠내려 가는 거 아니야?

-유튜브 보니까 뒤집어지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야 하는데 카약이 잘 뒤집어 질까 모르겠어.

-유속 빠른 곳에서는 래프팅 보트 타고 간다니까 위험한 곳은 피해서 갈 거야.

-레벨 4,5는 속도가 엄청나더라. 거기서 고꾸라지면 황천길.

-최소 3년은 트레이닝해야 가능하겠지. 재밌을 것 같긴 한데 벌써부터 걱정이네.

-너 어릴 때 물 무서워했잖아, 그런데도 수영 배우고. 지금은 좀 나아졌나? 우리 해수욕장 같을 때도 튜브에서만 놀았잖아.

-파도가 그렇게 오는데 내가 정상이고 네가 비정상이야,. 아,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아니다 씻고 가자,

-안 그래도 땀을 많이 흘렸음. 확실히 산에서 내려오니까 덥다. 아침저녁은 괜찮더니. 낮은 많이 덥네. 뭐 먹지, 치킨달밧 먹을까?

-달밧. 달밧.

-사모님한테 물어봐야겠다. 맛집 있는지. 700루피였나, 우리 산에서 치킨 달밧 먹을 때?

-그랬을 거야. 달밧은 400루피.

-몸이 계속 산에 있는 줄 아나 봐,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고프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고프더니,

-몸이 기억하는 거지. 3주 동안 걸었는데.  살도 빠졌어. 그렇게 먹었는데. 2인치는 줄었어. 바지가 그냥 내려가.

-먹긴 엄청 먹었지. 식비만 해도 얼만데. 둘이서 하루에 2000루피?

-그렇지 거의 400달러 사용했으니까.

-많이도 먹었다.  진짜.


호수 주변 레스토랑은 브런치를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호수 근처엔 명상을 하는 이도 보였고 책을 읽는 이, 음악을 듣는 이도 있었다.

셀피를 찍는 이도 많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네팔인들은 사진 촬영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패러글라이딩 하는 이들도 가득했다. 형형색색 다양한 색상의 패러글라이딩이 파란 하늘에 점처럼 박혀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멀리 설산이 보일 듯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트레킹 준비를 하는 분들로 보였다. 게스트하우스는 한인들의 사랑방과 같았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물어온다고 했다. 사모님에게 물었다. 맛있는 달밧집을 찾아가기 위해.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메인 사거리를 지나 히말라야 뱅크 가기 직전 좌측 2층 식당이라고 했다.


식당은 안락했다. 손님 여럿이 있었고 출입문 앞에는 세면대가 있었다.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았다. 치킨달밧을 시켰다.

산에선 손으로 먹지 않았지만 이곳에선 손으로 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네팔 사람들은 대부분 손으로 달밧을 먹었다.

밥에 반찬을 알맞게 얹혀놓고 엄지 검지 중지를 사용해 서로 비벼주고 살짝 움켜준 뒤 입에 갖다 대고 마지막으로 엄지를 이용해 입으로 밀어 넣어줬다.

어설픈 동작을 여러 번 하자 웨이터가 친히 시범을 보이며 먹는 법을 설명했다.

기주는 곧잘 먹었으며, 무진은 다섯 손가락 전체에 음식을 묻혔다.


-손으로 먹는 것도 일이다. 어떻게 저리 잘 먹지?

무진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며 말했다.

-자세히 보면 간단해. 세 손가락으로 움켜쥐고 엄지로 밀어 넣으면 돼. 이렇게.

기주가 시범을 다시 보였다.

-너는 천상 손으로 먹어라. 완전 네팔 사람이네.  수저로 먹는 것보다 맛이 더 있을까?. 음식의 질감을 손으로 느껴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건가.

-그럴지도. 수저 사용을 못해서 손으로 먹는 건 아니니까. 이유가 있겠지.  치킨 맛있네. 산에서 먹는 거랑 다르긴 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고. 숙소가 멀리 있어서 그렇지. 가깝게 있으면 자주 오겠어.

-한식당이 많으니까. 현지식 먹을 일이 많이 없지. 가격이 비싸다면 모를까 저렴하기까지 하니 굳이 현지식 먹을 이유도 없고.

 짧은 여행이면 경험 삼아 먹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뭐.

-어련하시겠어.

무진이 고개를 처박고 다시 달밧을 먹기 시작했다.

치킨 달밧은 330루피였다. 둘이 먹어도 7000원 안팎이었다.


식당에서 나왔다. 밖은 강렬한 태양에 거리는 이글거렸다. 3월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한낮의 열기는 한국의 여름과 다르지 않았다.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그늘로 들어가고 싶었다. 건조한 날씨 탓에 더워도 습하지 않았지만, 산에서 내려온 무진에게는 더위가 반갑지 않았다.

쉬고 싶을 뿐이었다.

-낮술 한잔 할까? 맥주 마시고 싶은데,

무진이 한잔 마시고 싶은 표정을 지으며 기주에게 물었다.

-산미구엘?

-파스타치오


발코니에 앉아 오후를 즐기기에는 너무 더웠다. 방으로 들어가 맥주를 마시고 꿀 같은 단잠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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