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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Sep 12. 2017

#106

연재소설

설명은 간단했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을, 왼쪽을 가고 싶으면 오른쪽을 저으라고 했다. 뒤집어지지 않기 위해선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즈는 시범을 보이더니 곧장 따라오라고 했다. 라즈는 직선으로 곧 나아갔다.

왼쪽을 시작으로 패들을 저었다. 오른쪽으로 심하게 돌았고 다시 오른쪽을 저었더니 이제는 왼쪽으로 카약이 돌기 시작했다.

여러 번 반복했지만 직선으로 가는 법은 쉽게 터득되지 않았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패들 하는 법은 보는 것만큼 쉬이 되지 않았다.

빙글빙글 돌기도 했고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물속으로 빠질 법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기주가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라벨이 기주의 카약을

잡아 물속에 들어가는 일은 면할 수 있었다. 레스큐 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라 뒤집어지면 그대로 물 먹게 되고 카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공포를 느낄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라즈가 멀찍이 가더니 뒤를 돌아본다.

-노 프라블럼?

라즈가 웃으며 묻는다.

-예스 프라블럼.  아이 캔트 고우 새임에즈 유아.

-잇츠 오케이 노 프라블럼 킵 패들링.

-퐊.

들리듯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부터 부대끼더니 호수 반대편에 도착도 하기 전에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주는 뱅글 돌더니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고 무진은 중심이 무너져 여러 번 고비를 넘겼다. 30분 가까이 노를 저어 호수 반대편에 도착했다. 라즈는 레스큐 방법을 알려줄 테니 잘 보고 연습하라고 했다.

라벨이 시범을 보이려 물가로 나갔다. 레스큐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셀프 레스큐, 두 번째 티 레스큐, 세 번째 롤링.

카약킹 중 카약이 뒤집어지게 되면 카약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콕핏커버가 카약과 몸을 일체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콕핏커버를 물속에서 벗겨내

빠져나오는 방법이었다. 첫 번째로 카약이 뒤집어지면 몸을 최대한 앞으로 숙이라고 했다. 호수가 아닌 강, 급류에서 카약킹을 하면 물속 깊이를 알 수 없고 물속에 어떤 물질이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대부분 돌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뒤집어지고 나서 몸을 앞으로 숙이지 않고 쓸려 내려갈 시 상체 부위나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콕핏커버를 벗기기 전 먼저 몸을 앞으로 숙이는 일, 그 후에 콕핏커버를 벗기고 양 무릎을 오므린 후 빠져나와야 했다.

라즈는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고 말했다.

말이야 쉽지 물속에 그냥 빠지는 것이 아닌 몸이 거꾸로 물속에 처박히는 꼴이었다. 기주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라벨이 시범을 보였다. 몸을 기울여 뒤집었다. 콕핏커버를 벗기고 카약 꼬리 부분에 양손을 올리고 기대었다. 라즈는 여기서 한 마디 더 보탰다.

셀프 레스큐를 한 다음 카약을 잡을 수 있으면 꼬리 부분을 잡고 엎드리라고 했다. 급류가 있는 곳에서 엎드리지 않고 다리를 펴게 되면 돌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고 했다. 카약을 잡지 못하면 시선은 항상 전방을 향하며 몸을 뉘우라고 했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갈 시 전방에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항상 가이드가 곁에 있지만 구조하러 오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라벨의 시범이 끝나고 무진이 먼저 물에 들어갔다. 긴 호흡을 한 뒤 왼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물속은 냉기가 있었다. 라즈의 말을 기억하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콕핏 커버 고리를 잡아당겼다. 양 무릎을 오므린 후 양손을 이용해 카약에서 몸을 빼냈다. 물에 떠오른 후 카약 꼬리를 잡았다.

라즈는 엄지를 치켜올리며 계속 연습하라고 했다. 긴장만 하지 않는다면 물속에서 30초 이상 버틸 수 있으니 천천히 해보라고 말했다.

기주가 물에 들어왔다. 떨리는 마음 애써 감추려 했는지 입술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라벨이 옆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보였다.

하나 둘 셋. 기주가 기울여 물속으로 들어갔고 아주 짧은 시간에 물밖로 나왔다. 코에 물이 많이 들어갔는지 기침을 연신 해댔다.

두 번 세 번 계속되는 연습에 셀프 레스큐 수업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수업이야. 잊으면 안 돼.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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