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연재소설
카약을 뒤집을 때마다 코에 물이 들어갔다. 머리가 찡긋해지는 느낌은 좋지 않았다. 코마개가 있으면 좋으련만 가이드가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은 탓이다. 코마개만 있다면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연습을 미룰 수는 없다. 내일은 강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이쯤 하면 될까 싶어도 라즈는 계속 주문했다.
-프랙티스. 프랙티스.
셀프 레스큐 연습이 끝났다. 물에서 나오자 몸이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었다. 입술은 파래졌고, 이는 덜덜덜 갈렸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기온이 높지 않았고, 물에 너무 오래 있었다. 기주는 그만 하고 나오라고 무진에게 소리쳤지만 무진은 기어코 제대로 하겠다며 열 번을 더 연습했다.
라즈는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건넸다. 먹고 나면 티 레스큐 수업을 한다고 했다. 티 레스큐 수업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롤링을 한다고 했다.
차가워진 몸은 짧은 시간 안에 데워지지 않았다. 추위가 가시기 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라즈는 티 레스큐 시범을 보인다고 했다. 티 레스큐는 버디가 필요한 레스큐 방법이었다. 강한 급류가 있는 곳에서는 쉽지 않은 레스큐였다. 라벨이 시험을 보였다. 카약을 뒤집었다. 양손을 물밖로 빼더니 카약을 두세 번 치고 카약 앞뒤로 손을 움직였다. 라즈가 라벨이 타고 있는 카약 꼬리 쪽으로 다가갔다. 라벨이 라즈의 카약을 잡더니 물속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양손으로 카약을 잡고 허리를 이용해 몸을 들어 올렸다.
라즈는 말했다.
-허리 힘으로 카약을 뒤집어야 해. 머리는 숙여야 하고, 머리를 먼저 올리게 되면 일어설 수 없어.
물밖에서 보아도 쉽지 않아 보였다. 손을 카약에 대고 허리를 이용해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몸이 뒤집어 있는 상태에서 하기란.
이번엔 기주가 먼저 물에 들어갔다. 몸을 기울여 카약을 뒤집었다. 카약을 두 번 치고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라벨이 다가갔고 기주는 라벨의 카약을 잡았다. 양손을 카약에 지탱하고 몸을 움직이더니 올라올 듯하다 다시 고꾸라졌다. 다시 한번 시도했다. 이번엔 성공했다. 코에 또 물이 많이 들어갔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는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일어섰다. 무진도 물에 들어갔다. 카약을 뒤집고 카약을 치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나서 라즈가 다가왔다. 양손을 라즈 카약에 얹고 허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손에 위치가 잘못됐을까 방향이 잘못됐을까 일어설 수 없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셀프 레스큐로 나왔다. 라즈는 무진에게 손에 위치에 따라 허리 방향을 달리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들어갔다. 코엔 계속 물이 들어가 머리가 아팠다. 카약을 잡고 힘차게 허리를 돌렸다. 방향이 제대로 맞았는지 단 번에 일어설 수 있었다.
라즈는 계속 헤드 다운을 주문했다. 머리를 먼저 올리면 제대로 일어설 수 없으며, 혼자서 일어서는 롤링을 완벽히 할 수 없다고 했다.
-헤드 다운, 헤드 다운.
기주는 곧잘 했다. 몇 번의 고비는 있었지만 일어섰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라벨은 물에서 묘기와 비슷한 동작을 했다. 카약이 앞뒤로 심하게 움직였는데도 물에 빠지지 않았다. 라즈는 카약킹 스킬 중 하나라고 했다. 마지막 수업 롤링을 배울 차례다.
패들을 잡고 몸을 기울여 카약을 뒤집는다. 패들을 수면 위로 보이게 들고 몸과 패들의 각도를 90도 만든 후 패들을 수면 위에서 아래로 친다. 그와 동시에 허리를 사용해 몸을 일으켜 세운다. 라벨은 시범을 여러 번 보였다. 가장 배우기 어려운 레스큐 방법이었다. 꼭 할 수 있어야 하는 레스큐 동작이었다.
라즈는 레스큐를 마스터하면 70프로 이상은 배운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기초이면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었다.
4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치자 체력은 바닥났고 어깨는 쭉 늘어졌다. 라즈는 처음 훈련받은 팀 중에 상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고객을 위해 입에 발린 말일지는 모르지만 어째 꺼나 기주와 무진은 곧잘 해냈다. 기주는 라벨에게 내일은 꼭 기억하고 코마개를 잊지 말라고 말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일은 멀지 않았지만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