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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09. 2017

#109

연재소설

-산타 할아버지 됐네. 보따리야 보따리.

새벽 6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패들 샵이 있는 곳으로 5시 50분까지 와 달라고 했다. 무진은 새벽에 짐을 챙기며 말했다.

-바나나, 빵, 물, 휴지, 과자. 다 챙겼지?

-응, 그 정도면 충분하지.

- 1박 2일 가는데 짐은 일주일치 같다.

- 어, 진짜, 왠 짐이 이렇게 많은 거지?

-침낭도 챙겨야 하고, 갈아입을 옷도 있어야 하고, 물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니까, 그리고 저녁엔 쌀쌀하잖아.

  트레이닝받을 때도 엄청 추웠잖아.

-그거야 네가 연습을 엄청 했으니까 그런 거지, 적당히가 없어. 그러니까 계속 연습시키지.

-강에서 마스터해야지.


밖은 어두웠다. 살짝 한기가 돌았다. 새벽과 아침 사이 어중간한 그 시간이 좋았다. 호수 옆 길가로 들어서 걸어갔다.

침대에서 나오기 이른 시간이었다. 걸어가는 내내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개들도 보이지 않았다.

불 켜진 숙소에 불빛이 없었다면 더 어두웠을 거리였다. 중앙 사거리에 도착했다. 패들 샵이 있는 곳은 사거리에서 2분을 더 걸어야 했다.

제시간에 맞춰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뭐냥, 왜 아무도 없지?

-그러게, 시간 맞춰서 온다고 일찍 일어났더니만, 아나,,

-때 되면 오겠지.


하나 둘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가이드도 도착했다. 패들 샵 로고가 붙은 버스도 왔다. 가이드 라지는 우리 둘 만이 카약킹을 하고 나머지 6명은

래프팅을 한다고 했다. 버스 위에는 우리가 탈 카약이 있었다. 버스 내부에는 사람들의 짐과, 2일간 먹을 식량이 있었다. 사람에 비해 짐이 많아 보였다.

출발했다. 두 시간 걸린다고 했다. 중간에 한 번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사 먹었다. 도로엔 안개가 자욱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착지에 왔는지 차량에 강가 근처에 섰다. 옷을 갈아입고 가이드는 우리가 입어야 할 슈트, 콕핏커버, 드라이 탑, 구명조끼, 패들, 카약을 준비했다.

슈트와 구명조끼를 챙기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중년으로 보이는 부부는 우리가 입을 드라이 탑을 만지며 물었다.

-이걸 입어야 하나요?

-그건 우리가 입을 옷이에요. 우리는 카약 하거든요.

-그래요? 래프팅 하는 게 아니었군요.

-네. 저희만 하나 봐요. 카약은.

-전문가네요.

-그렇진 않고요. 어제 호수에서 트레이닝받고 강에서 타보는 건 저희도 처음이에요.


부부는 캐나다에서 왔다. 치트완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와 야생에서 캠핑을 하다 왔다고 했다.

준비는 다 마쳤다. 어제 입은 슈트는 채 다 마르지 않았고 안개가 아직 걷히지도 않아 추위가 왔다. 닭살이 돋았다.

라즈가 먼저 강으로 들어가 손짓을 보내며 들어오라고 했다. 폭이 넓지 않아 그곳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법을 설명했다.

일직선으로 가는 것도 서툴러 패들이 익숙지 않은데 또 다른 걸 배워야 했다. 약하지만 급류가 있어 중심을 잡아야 했다. 라즈는 계속 주문했다.

"Always Balance"

중심을 잡지 못하면 고꾸라질게 뻔했다. 호수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몇 번의 패들로 몸에 열이 올랐다. 기주는 적응이 빨랐다. 가끔 소리를 지르며 놀라기도 했지만 꽤  균형을 잘 잡았다.

열이 오를 때쯤 래프팅 팀원들도 래프팅 보트에 올라탔다. 다른 보트엔 짐과 식량이 가득 실려 있었다.

두 대의 래프팅 보트, 네 대의 카약이 강에서 출발했다.

호수에서 타던 카약은 물살이 없어 긴장되지 않았지만 강가로 나오니 긴장과 두근거림이 함께 했다. 약한 급류에도 짜릿함이 있었다.

라즈는 급류가 다가오면 본인이 가는 코스를 보여주며 그대로 따라오라고 했다. 패들이 어설퍼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힘들었고 카약 보트는 뱅글 돌기도 했다. 특히 급류에선 시선을 앞에 두고 카약이 직선으로 가줘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 않아 거꾸로 가기도 했다. 집중하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장이 쿵쾅 뛰며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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