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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12. 2017

#112

연재소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적막한 밤에 모기 소리는 세상 그 무엇보다 시끄러웠고 사늘한 기운마저 돌았다. 칠판에 분필을 잘못 사용하면 께름칙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야밤 모기의 에엥 거리는 소리가 그것과 같았다.  염치없는 불청객 보다 더했다. 침입한 흔적은 여기저기 몸에 남았다. 간지러움에 무진은 텐트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기주가 눈도 뜨지 않고 물었다.

-모기

-잡아.

-보여야 잡지.

-그렇구나... 집중해봐. 소리에

-그래서 잡을 수 있으면 쓰레기통 하나는 채우겠다.

-너 전에 모기한테 피 준다도 내버려두었잖아. 피 빨아먹게. 뭐 라그랬지 그다음에.??  맞다. 모기가 배불리 피를 다 먹고 나면 날지 못한다고 그랬나. 모기가 날지 못한대. 배불러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툭 치면 피똥 싸면서 죽는다고.!   잔인한 녀석.

-전기로 감전시키는 것보다는 괜찮지. 배불리 먹고 죽었으니까 후회는 없을걸.!

-못 먹고 죽는 것보다 낫다 그래.

-가방에 바나나 있지? 먹을래?

-누워서 먹으면 안 되는데,,

-지금 먹어둬. 좀 있다 생각난다.


-일어나. 아침 먹어.

기주가 무진을 깨운다.

-몇 시야?

-7시 30분

-벌써? 어디 갔다 왔어?

-요가, 명상, 요 앞에서.

-깨우지, 같이 하게.

-깨워도 일어나지도 못하던데.  

-정말 피곤하긴 해. 어제 너무 무리했나 봐.

-거봐! 적당히 하라고 했지.

-그게 내 맘대로 안된다니까.

-오늘은 적당히 해라.

-예.


아침식사가 끝나고 짐 정리를 마쳤다. 보트에 짐을 실었다. 텐트를 정리하려니 가이드는 다음 팀이 와서 사용한다고 그냥 두라고 했다.

어제보다 물은 더 차가웠다. 무진이 먼저 패들을 시작했다.

-모닝 롤링, 프랙티스.

라즈는 무진과 기주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기주는 지금은 차가워서 못한다고 했다. 무진은 롤링을 시작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해 티 레스큐를 요청했다.

코마개를 하지 않아 얼굴이 찡그려졌다. 라즈는 패들이 또 90도 각도로 되지 않았다며 다시 프렉티스를 외쳤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무진은 일어섰다. 그 후 몇 번을 더했어도 계속 일어설 수 있었다. 무진은 라즈에게 이제 알겠다며 다시 시도했고 또 일어섰다.

라즈는 조금 더 나가면 급류가 나오니 그곳에서 연습해보라고 일렀다. 바닥이 깊어 문제없을 거라고 했다.

레벨 2의 급류였지만 라즈의 말을 믿고 롤링을 시도했다. 성공했다. 라즈는 무진에게 다가와 패들을 치켜세우며 흔들었다. 라즈의 패들과 무진의 패들이

맞닿았다. 카약커들만의 신호였다.

기주가 뒤이어 롤링을 시도했고 단번에 성공했다. 기주의 가이드 라벨이 다가와 패들을 치켜세웠다.

기주 역시 패들을 들어 흔들었다.

자신감이 붙었고 카약은 순조롭게 앞으로 나갔다. 오늘의 최대 난코스는 레벨 3가 눈앞에 보였다. 2 플러스도 꽤나 험난해 보였는데 레벨 3은 장난이 아니었다. 물보라가 계속 수면 위로 쏟고 쳤다. 파도가 간격을 두고 오지 않고 끊임없이 오는 것과 같아 보였다. 라즈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밸런스. 노 프라프 럼.

라즈는 힘찬 패들로 쭉쭉 앞으로 나갔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어찌 저렇게 쉽게 나가는지 부럽기만 했다.

-15년을 했잖아. 말 다했지.

기주가 말했다.

-내가 인스트럭터 한다. 배워야겠어.

-못살아 진짜.


뒤집어 질듯 했지만 오뚝이처럼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았다. 밸런스 밸런스만 되뇌었다.

두려움은 사라졌다. 카약킹은 즐거웠고 흥겨웠다. 긴장은 계속됐지만 말이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 롤링 연습과 직선으로 가는 패들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카약킹은 1시간 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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