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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16. 2017

#113

연재소설

포카라로 돌아가는 길, 차가 움직이지 못한다. 어디서 사고가 난 게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좁은 길 어느 운전수가 오버 테이킹을 하다 반대편

운전수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던 게 확실했다. 상상이 갔다. 네팔스럽다. 가뜩이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 네팔 운전사들은 항상

레이싱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커플은 카트만두로 가야 했다. 카트만두로 가는 버스가 오는 마을에 차가 섰다. 그들이 다른 차에 탑승할 때까지 우리 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는 박타푸르로 가야 했다. 중국커플이 가고 버스가 다시 움직였다. 30분을 더 가고 그가 내렸다. 버스엔 무진과 기주 그리고 가이드만 있었다. 포카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멀지 않은 거리인데 점심 먹고 출발해서 7시가 다되어 포카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움직이면 반나절이다. 익숙하지만 힘들고 괴롭지만 싫지 않았다. 무덤덤해졌다.


-따뜻한 물 나올까? 온수 다 써버리면 찬물로 씻어야 되잖아?

-절실히 필요한데,

-배고파. 저녁 뭐 먹지?

-뭐 먹을까? 따뜻한 거 먹고 싶은데, 들깻가루 넣어서 순댓국 먹고 싶다. 막걸리에

-좋지, 그럼 피로가 확 풀릴텐데. 먹고 싶다 순댓국. 언제 먹어보냐.

-너는 곧 먹잖아. 나는 한국에 언제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두 달 남았다. 나도.

-2년도 더 남았다. 나는!!

-그래, 알았다. 사장님 식당 가서 탕수육에 락시나 한 잔 할까?

-그게 좋겠다.


숙소엔 다행히 온수가 남았다. 태양열로 물을 데워 핫 샤워를 할 수 있는데, 게스트가 많아 다 사용해 버리면 온수가 남지 않는다

1박을 하고 왔을 뿐인데, 숙소엔 처음 본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들 역시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온 분들이었다. abc트레킹이 대부분이었고 그중에

두 분은 라운딩을 하기 위해 오신 분이었다. 두 번째 방문이라는 한 분은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마치고 오셨다. 숙소 사모님이 춥지 않냐고 물었는데

한국에서 바로 오신 분들은 추워하지 않았고 인도에서 넘어온 분들은 패딩을 입고 있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탕수육에 락시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저녁 아직 전이시라면

기주가 인도에서 오신 분에게 물었다.

-그럴까요? 괜찮을까요?

-그럼요. 같이 먹어요. 탕수육 맛있어요.


식당에 도착해 탕수육, 깐풍기 락시를 주문했다.

커플은 인도 여행을 마치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포카라에 왔다. 인도 여행 3개월 네팔 1달 일정이었다.


-인도는 정말 애증의 나라죠. 걱정도 많았고 두려움도 있었고, 떨리기도 했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왜들 그러잖아요. 블로그 검색하고 알아보고

첫날 숙소 예약하고, 공항에서 빠하르 간즈 가는 것도 혹시 몰라 픽업 요청하고.

밤에 공항 도착해서 빠하르 간즈에 갔는데, 잘못 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여기서 여행할 수 있을까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고요.

사람은 많지, 릭사도, 개들도. 밤인데도 빠하르간즈는 정신없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주말에 홍대 지하철역 근처보다 사람은 적었지만 낯선 공간이

심하게 다가왔죠. 숙소에 들어갔는데 후텁지근하지, 팬 돌아가는 소리마저 이상했다고 할까요. 첫날은 정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첫날은 정말 악몽이었죠. 픽업 요청하지 않았으면 밤에 못 움직이겠구나 했죠. 3개월 여행하고 오니까 인도가 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긴 하지만 매력이 있는 나라죠. 거리에 똥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개들도, 소들도, 여행객도, 기차도, 버스도 다.

새벽에 기차가 정차할 때 짜이 파는 아저씨에게 사 먹은 새벽 짜이도 좋았죠. 슬리퍼 칸이었는데, 짜이 파는 아저씨가 “짜이 짜이 짜이 짜이”

외치는데 너무 마시고 싶은 거예요. 그때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는데, 짜이 한 잔 마시고... 눈물을 글썽거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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