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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17. 2017

#114

연재소설


-신기하죠? 네팔에선 인도, 인도에선 네팔 이야기뿐.

-근접 국가여서 아닐까요?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아직 먼 이야기일 뿐이고.

-끝내 못할 수도 있죠.

-우리가 어느 나라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다른 여행객을 만났을 때, 잠시 동안은 우리가 여행할 나라에 대해 말하지만, 오래 못 가더라고요.

결국엔 여행 다녀온 나라 얘기로 이어지죠.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가끔은 불편할 때가 있어요. 과시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뜻으로 얘기 한 건 아닐 테지만, 속이 베베 꼬였는지 자꾸만 그렇게 들릴 때가 있죠.


무진이 락시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좀 그래요. 어느 날은 상대방과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사람에 따라.”

기주가 이었다.

“궁금하니까, 검색으론 부족하니까, 앞으로 여행할 나라를 먼저 다녀온 사람의 최신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찾기 힘들고. 막 다녀온 사람이라면

 믿을 만 하지.”

“틈이 좀 있어야지. 틈을 찾으러 가는 이유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거지.”

“그 말도 일리는 있다.”

맞은편에 앉은 커플이 다시 이었다.

“ ‘일단 부딪혀 보자’ 가 저희 여행 모토였지만, 힘들었어요.

3초간 뜸을 들였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제주도 여행 가서 게스트하우스 가면 대부분 계획 없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무계획이 계획이다.

인도도 그런 류의 여행을 하고 싶었죠. 큰 틀은 있어도 자세한 계획은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정 갈 곳이 없으면 가보자 하고.

결국엔 욕심이 생겼는지 다 가보긴 했어요. 사진과 영상을 남기기 위해. 크게 기억이 남지 않더라고요. 그것보단 사람 기억이 많았죠.

“예를 들면?”

“뉴델리 기차역에서도 그랬죠. 기차표를 사려고 티켓 창구에 가려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분명히 역사 2층에 있다고 했는데, 찾아도 보이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거예요. 2층 티켓 사무실은 닫혔다고 릭샤를 타고 나가야 한다고, 본인이 아는 곳이 있으니 거기서 표를 사라는 거예요. 우리는 말했죠. 2층에 티켓 사무실이 있다. 찾지 못할 뿐이지 분명히 있다. 그랬더니 올라가 보라고 티켓 사무실이 이전했으니 그곳으로 가라는 거예요. 어디로 이전했냐고 물으니 릭샤 타고 가래요. 본인이 지도에 표시를 해줄 테니 그곳으로 가라며.

믿지 못하겠는 거죠. 알고 봤더니 뉴델리 지하철역 앞 역사가 아니라 빠하르 간즈 쪽 역사였던 거예요. 그곳2층에 외국인 티켓 사무소가 있던 거예요.

저희는 그걸 모르고 육교를 지나 반대편에서 줄기차게 찾은 거죠. 그러니 보일 리가 있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거기는 닫혔다, 휴일이다, 심지어 역무원까지 그렇게 말해 버리니까 누굴 믿어야 하나 싶더라고요. 첫날은 밤에 도착해서 몰랐고.

“그렇군요.”

“믿을 사람은 경찰이나 군인. 아님 여행객. 인도 사람에게 도움받은 적도 물론 많지만, 정말 인도스럽다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라고 말하지만 쉽진 않았죠. 연착은 자주 일어나지, 언제 올지 몰라 계속 대기 타야 하고.

“그럼에도 좋은가요?”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생각은 자주 나요. 신기하게도.”

“애증의 인도군요.”

“그게 맞을 것 같아요.”

기주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점점 당깁니다. 인도. 갈까 봐요.”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분명 매력은 있습니다. 언제 가시려고요?”

“2달 후쯤이요.”

“그때 되면 엄청 더울 텐데, 북인도 가세요. 델리 위쪽. 그쪽으로 가시면 시원할 거예요.”

“맥그로드 간즈, 마날리, 레. 알아보니까 그쪽으로 갈까 봐요. 리시케시도 가보고 싶고요.”


락시 한 병을 다 마셨다. 취기가 올라왔다. 정신을 차려보자니 9시가 넘었다. 더 마시기엔 락시의 도수가 너무 높았다.

숙소로 돌아가 맥주를 마실 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좋은 시간을 취기로 다음날 잊어버리는 불상사를 겪기 싫었다.

그래서 그만 마시기로 했다. 숙소 1층 소파에 앉아 못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숙소 옆 카페에서 커피 4잔을 시켰다. 50미터 남짓한 거리 라이브 바에서 음악이 숙소까지 퍼져왔다.

페와호수는 오늘도 잔잔했고 식당과 숙소에 불빛이 포카라를 밝게 했다.

그래서 밤은 더 깊고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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