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Oct 20. 2017

#116

연재소설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누르기 이렇게 어려웠나?’

무진은 휴대폰을 어루만졌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을 기대감보다, 휴대폰을 켜고 나서 다시 휴대폰에 빠질까 두려웠다.

몇 번을 망설이다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부모님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명상 수련을 하러 간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걱정하셨던 부모님이었다.

혹여나 아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건 아닐지 계속 물어보셨다. 무엇보다 휴대폰을 반납하고 수련에 임해야 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사이비 혹은 사기 일거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전화드렸고 모든 수련을 끝이 났다고 알렸다.

기주에게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기주는 북인도 여행을 하고 있었다. 리시케시에서 요가 수련과 명상을 마치고 마날리로 이동했다고 했다.

델리보다 리시케시가 좋았고 리시케시보다 마날리는 시원했지만, 리시케시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명상은 잘 끝냈는지 궁금해했다.

답변했다.

‘아닛짜, keep moving your attention head to feet feet to head.


친구에게는 이런 메시지가 왔다.

‘살아있으면 응답하라.’

응답해줬다.

‘살아있음.’  

친구 놈은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는지 바로 답장이 왔다.

‘어디야?’

‘버스 안’

‘술 한잔해야지?’

‘통닭이 너무 먹고 싶은데.’

‘콜’


터미널에 도착 후 약속 장소로 갔다. 시골과 도시의 모호한 경계에서 지내다 완전한 도시에 들어섰다.

익숙함이 싫었다. 잠시라도 경계의 눈빛과 적응할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몸은 마음과 반대였다. 무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프집에서 친구를 만났고 각자 닭 한 마리를 시켰다. 맥주도 시켰다.

닭다리 하나, 퍽퍽 살을 먹고 맥주를 안주로 삼아 들이켰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친구는 명상에 관해 물었다.

“무엇을 깨달았니?”

“힘들다는 것. 그것이 내가 깨달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았네.”

“인도에 가볼까 생각 중.”

“왜?”

“요가도 그렇고 명상도 그렇고. 기주가 지금 인도에 있거든. 좋은가 봐.”

“같이 한국에 온 거 아니었어?”

“아니. 여행하러 나갔지.”

“얼마나?”

“3년.”

“직장인에게 사직서는 로또와 같은 거지. 품고 있을 땐 좋지만, 허망하고 허하지. 그래도 내 안에 사직서 있다.”

“8년 됐나? 직장 다닌 지?.”

“횟수로 9년 차다.

“대단허이. 난 그렇게 못한다.”

“나라고 하고 싶어서 이렇게 하는 줄 아나?.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이놈의 대출 인생 징그럽다.

일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아.”

“쉽지 않지.”

“버티는 거지. 퇴근 후에 애들 보는 맛에 귀가하니까.”

“나는 잘 몰라서.”

“자식이 있어 봐야 부모님 마음 안다고. 커가는 거 보는 게 남달라. 아이들이 더 크면 돈도 더 들겠지만, 좋긴 하다.”

“할 날이 오면 나도 그 날이 올 수 있겠다.

“언제?”

“모르지 나도.”


귀가 시간이 다 되었는지 2차를 가지 않았고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다.

무진은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밤기운이 좋았다. 도로의 상태가 신발을 통해 느껴졌다. 집중해서 발의 기운을 느꼈다. 다섯 발가락의 감각이

뇌로 전달됐다. 꼼지락거리는 스치듯 발가락의 기운이 좋았다. 한 시간을 걸었다. 도시가 눈에 들어왔고 잠이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1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