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Oct 23. 2017

#117

연재소설

며칠 전 꿈에 기주가 나왔다. 꿈속에 기주는 네팔에 있었다. 방안에 향초를 피웠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고

머리를 질끈 동여맸다. 꿈속에 기주 얼굴에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방안은 도마뱀이 지나가는 소리마저 들릴 기세였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뜨더니 양 손바닥을 비비고 눈에 갖다댔다. 얼굴을 어루만지고 어깨 팔 가슴 배 다리까지

단번에 훌텄다. 어깨를 여러 번 들썩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가 매트를 깔고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했다.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였다. 두 손을 가슴에 합장하고 머리 위로 양손을 올려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면서 몸을 숙였다.

다시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살짝 들더니 내쉬면서 몸을 더 숙였다. 그리곤 플랭크 자세를 잡고 상체를 높이 올렸다.

활처럼 휘어진 몸은 연체동물 같아 보였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더니 같은 자세 5번을 더했다.

혈액순환이 빨라졌는지 얼굴에 혈색이 돋았다. 꿈은 거기서 끝났다.


기주는 인도에 있었다. 이따금 메시지를 보내왔다. 요가 자세라던지 풍경을 찍어 보냈다. 처음 며칠간은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고 찡얼거렸다.

정확히 기주가 리시케시에 도착하고부터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나 여기 완전 맘에 들어.”

“그 정도야?”

“사람 사는 곳 같아. 사람도 적당히 있고, 덜 시끄럽고, 강도 있고, 요가 할 수 있는 곳도 엄청 많고, 음식도 맛있고.”

“그럼 됐네.”


기주가 인도로 떠나고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5월의 한국 날씨는 더웠고 5월의 인도 날씨는 미쳐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