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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Oct 24. 2017

#118

연재소설

3월 날씨는 반소매 반바지를 입어야 할 날씨로 변했다. 새벽이 추웠지만 낮은 여름이었다.

3주의 시간이 지났다. 포카라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시간은 곧잘 흘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숙소 1층에 소파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과 여행 얘기를 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다들 쪼르르 같은 식당으로 몰려가 밥을 같이 먹었다.

신체 리듬이 다를 텐데 밥 시간은 같았다. 낮잠 자고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차를 마셨다. 노닥거리거나 카드게임을 하며 오후를 지냈다.

6시가 넘어가면 슬슬 방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다시 소파에 앉아 무엇을 먹냐며 고민에 빠졌다.

술이 곁들여지고 밥상은 흥겨워진다. 소리가 고음으로 바꼈다. 누구 하나 물을 거스르지 않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술이 더 고픈 사람들은 맥주를 더 사와 숙소에서 마셨다. 와인을 사는 친구도 있었다.

방에 라면이 있다고 부셔 먹자고 하는 분도 있었다.

식사를 같이 한 사람들과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다시 아침이 오면 늦어도 6시 30분에 1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마셨다.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달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식당으로 가 라씨 한 잔을 마셨다. 그 후 중심 사거리로 나가 땅콩을 사 왔다.

숙소에 돌아와 1시간 동안 땅콩을 깐다. 습관처럼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기주는 땅콩 까는 시간을 좋아했다. 땅콩에 집중하면서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 점이 신기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갔다. 숙소 주인 내외분은 말했다.


‘그래서 장기 여행자가 많아.’

여기만 왔다 하면 최소 1달을 머물다가 간다고 했다.

3주가 지났으니 장기 여행자에 다가섰다. 더 늘어지기 전에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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