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밥 먹으러 가자. 올라오면서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여기 스테이크 괜찮대.
-그럴까. 배도 고픈데.
레스토랑은 큰 도로로 나가 삼거리에서 공사장을 끼고 좌회전한 후 50미터 전방 우측 편에 있었고 2층 외부엔 큰 간판도 걸려있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2층에, 3층은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입구엔 메뉴가 써진 입간판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서양인들이 여럿 보였고 혼자 온 사람, 커플, 동양인으로 보이는 4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버는 메뉴 책자 두 개를 건넸다. 기주는 마늘 스테이크, 무진은 오리지널 스테이크, 치킨롤, 에베레스트 맥주를 두 병을 함께 주문했다. 서버는 싱글벙글 했다. 서빙하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맛은 괜찮은지, 필요한 건 더 없는지 물어봤다. 더 안 물어봐도 괜찮을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도 다 물어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요.
-트레킹 하려고 오셨구나. 저기 4명 보이죠? 한국에서 왔대요.
-네
-가이드는 구했어요? 필요하면 여행사 소개해 줄게요.
-괜찮아요.
-필요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네.
서버는 맥주를 서빙하면서도 더 물어보고 싶은 눈빛이 있었다. 마침 주방에서 음식이 준비됐다는 종소리가 울리자 서버는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버는 스테이크, 치킨롤을 가지고 왔고 좋은 시간 되라고 말했다. 스테이크는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했다. 맥주도 마실만 했다.
-괜찮은데, 치킨롤도 맛있고 가격도 싸고. 한국에서 이 정도 먹으려면 7만 원은 나오겠다.
-내일은 뭐할까, 타멜 구경이나 할까? 아 맞다. 환전해야 되지? 우리 돈 충분하지?
-아까 숙소 하루치 계산했으니까. 가만 보자. 한 4700루피 정도 있을걸.
-그럼 됐네.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가 되었다. 기주는 먼저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무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누워 있었다. 가늘어졌다가 굵어졌다가 리듬을 타며 한참을 불렀다. 실내는 추웠고 입으로 숨을 쉴 때마다 뽀얀 입김이 나왔다. 난방시스템이 없는 네팔의 겨울밤은 썰렁하다 못해 으스스했다. 배낭에서 침낭을 꺼내 목 끝까지 지퍼를 닫았고 얼굴만 삐죽 내밀고 있었다. 그리곤 잠들었다. 샤워를 마친 기주는 무진이 잠들어 있자 침낭 위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늦었지만 집에서 걱정하실 부모님께 안부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 기주도 침대에 누웠다. 지인들에 세계 여행기를 듣고 읽으며 꿈꿨던 여행이 기주에게도 시작됐다. 생각만 하다 행동하지 못할까 조바심 내며 살았지만 이제는 세계여행을 꿈꿨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기주도 잠들었다.
땡. 땡. 땡.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명상시간이 왔다. 무진은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명상 홀로 들어갔다. 이중창으로 되어있는 창가엔 햇빛이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초록색 시트지가 붙어 있었다. 햇빛을 완전히 차단시키지 않아 덥고 추움이 크지 않았다. 외부와 기온차가 심하지 않았지만 평균적인 온도는 홀 안이 외부보다 서늘했다. 모두들 어디에서 왔을까, 아픔이 있어 찾아왔을까, 행복해지고 싶어 왔을까, 궁금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지 무진은 속으로 말했다. 명상은 잊고 무진은 생각을 이어갔다.
잠에서 깼다. 눈이 번쩍 떠지고 갑자기 일어났다. 기주는 자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빛이 남아 있는 타멜의 거리는 조용했다.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4층에서 보는 주위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옥상에 널어둔 빨래, 창에 매달린 간판, 새벽부터 요가하는 사람, 모두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타멜의 거리는 복잡했고 얽히고설켜있는 미로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도면밀하게 도시계획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타멜의 거리는 처음 와보는 여행객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길을 익히기 위해 무진은 골목길을 걸으며 눈에 익혔다. 상점을, 호텔을, 식당을 기억하며 걸었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세워진 건물들은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이, 햇빛을 확보할 수 있는 일조권이 없어 보였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좋아 보이지 않아 무진은 혼잣말을 하며 걸었다. 네팔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새벽부터 빗자루로 가게 앞을 쓸었다. 낮이 뜨거워 아직 해가 뜨기 전에 미리 청소를 하나 싶었다. 먼지가 많아 물도 뿌리고 상점에 먼지를 털기도 했다. 아직 셔터가 올라가지 않은 곳들은 어젯밤 보았던 같은 상점들 뿐이었다.
대여섯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 빵 먹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유리 진열장에 바르게 놓여 있던 빵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코코넛 브라우니는 25루피, 시나몬롤 35루피 그 외 이름 모를 빵들이 있었지만 100루피 이상되는 빵은 보이지 않았다. 코코넛 브라우니, 시나몬롤과 우유를 샀다. 숙소로 되돌아오는 길에 새로 알게 된 식당, 오늘 가볼 트레킹 에이젼시 위치를 확인했다.
-어디 갔다 왔어?
-동네 구경. 그리고 어제 택시에서 영업하던 사람 있잖아. 거기 어디인지 확인하고 왔어. 환전은 거기가 제일 높은 거 같아. 돌아다니면서 환전소 몇 군데 봤는데. 108루피가 최고야.
무진은 말하면서 빵을 기주에게 건넸다.
-웬 거야? 맛있겠다.
-이게 다 얼마인 줄 알아?. 200루피야. 빵 4개에 우유까지. 확실히 싸긴 해.
-진짜? 싸다 싸. 오늘은 환전하고 트레킹 하는 거 거기서 다 알아보면 되겠다. 그치?
이 빵 엄청 달지도 않고 존득거리는 게 진짜 맛있다.
-꾸덕꾸덕하니 좋은데.
하루는 금세 지나갔다. 트레킹 에이젼시에 들려 환전을 했고 트레킹 정보를 얻었다. 가이드를 구하면 산행이 필요한 트레커 인적사항이 적힌 팀스와, 입산 허가증인 퍼밋을 발급해 주고 전 일정을 같이 움직이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가이드는 한 명만 있으면 되고 처음 가는 산행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과 예시를 설명하며 가이드의 필요성을 알렸다. 한 해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떠난 전체 트레커 중 5프로는 사망하거나 다치거나 고산병에 걸려 고생한다는 말도 했다. 또 보험에 가입하면 고산병에 걸리더라도 헬기 이송과 입원 치료도 공짜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무진과 기주는 잠시 망설였지만 가이드를 선택했고 보험에도 가입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며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싶었다. 3일 후에 떠나기로 했다. 루클라 공항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갈까 했지만, 시작은 차를 타고 살레리로 가기로 했다. 대신 하산 후 루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경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차량과 비행기표 예약을 마쳤고 가이드 비용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환전은 약속한 대로 110루피로 1인당 1000달러를 환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