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연재소설

by 방랑자

타카는 무진과 기주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기주가 앞장서서 속도가 빨라지면 제제하기도 했다. 평지에서도 과하면 체력이 금방 바닥난다고 했다. 20일 동안 걸어야 하는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했다.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해 고산병으로 하산하는 사례를 들며 타카는 주의 깊게 걸음을 주시했다.


타카는 3남매를 둔 가장이었다. 한 달에 보름 이상은 가이드 생활로 가족과 떨어져 살지만 가이드 생활에 아주 만족해했다. 세계 각지에서 오는 트레커들을 만나 같이 산행을 즐기며 돈도 버는 일이 좋다고 했고 체력이 다하는 그날까지 가이드로 남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 친한 동료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몹시 힘들었다고 했다. 그룹을 이끌고 가던 동료는 일부 인원과 샛길로 들어서다 발을 헛디더 실족사하고 말았다.


타카는 안전에 신중을 기했다. 배낭엔 항상 응급구조 키트와 로프를 챙겼고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교육도 받는다고 했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하지만 행여나 응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헬기도 올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건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고산병은 사람마다 다르고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발생한다고 했고, 고산병이 심하면 산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라고 했다.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사고 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했다. 3000미터 이상부터는 고산병이 올 수 있으니 샤워뿐만 아니라 머리도 감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특히 술은 입에 대지도 말라고 했다. 술은 마시면 빠른 시간에 혈압이 상승하고 머리로 피가 쏠려 두통이 심하게 올 수 있다고 했다. 예방차원에 먹는 약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방차원이고 고산병이 왔을 때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마늘 수프를 먹으면 효과가 있지만 이것도 예방차원이지 해결책이 아니라고 했다. 천천히 걷기, 호흡 일정케 하기, 자주 쉬기, 차 자주 마시기, 컨디션이 좋아도 무리하지 말기, 밥 잘 먹기는 고산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타카는 힘차게 말했다.


타카가 말해준 내용은 모두 고산병의 관한 이야기였다. 5000미터를 넘어서면 천천히 걷고 있어도 숨이 차고 산소가 부족해 깊은 들숨을 하게 되는데 놀라지 말라고 했다. 몸속 산소 수치가 부족해 신체가 알아서 반응하는 거라고 말했다. 고산병이 오면 두통이 생기고,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를 할 수도 있는데 구토가 가장 좋지 않은 반응이라고 했다. 구토를 하는 중에 혈압이 오르고 피가 얼굴과 머리에 쏠리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타카는 같이 산행하는 트레커들에게 고산병의 위험성을 꼭 알려준다고 했다. 방심하거나 아픔을 참고 무리하면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코 앞에 둔 목적지에서 뒤돌아서기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때 사고가 난다고 했다. 헬기를 부를 수 있지만 그사이에 생을 마감한 트레커가 있었다고 했다. 타카가 20대였을 때 4명의 트레커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던 날 한 명이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두통이 심했던 한 명은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에 눈물을 보였고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일행이 업고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곳까지 갔지만 끝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무진과 기주는 타카의 절절한 얘기를 듣고 섬뜩하기도 했다. 사고는 전체 트레커 중 5프로 미만이라고 했지만 5프로에 속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기주는 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섭다. 트레킹도 이 정도면 정상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휴. 고산병 없었으면 좋겠다. 베이스캠프 갈 때까지.

-그러니까 빨리 걷지 마.

-알았어.


타카는 둔턱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다 가자고 했다. 둔턱 이후부터 계속 오르막길이라고 했다.


-배낭에 뭐가 들었길래 가벼워?

-나는 이곳에 살잖아. 짐이 없지. 침낭도 가벼운 거 옷도 몇 가지 그게 다야.

-맞다. 그래서 가볍구나.


무진도 기주도 최대한 가볍게 짐을 꾸렸지만 타카에 비하면 5킬로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언덕은 경사가 심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먼지가 입가에 머문다. 소똥들이 많아 시선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소치기들이 있었다. 종소리가 먼저 들렸다. 목에 걸어둔 종이 한 걸음 뗄 때마다 울려댔다. 소가 지나간 자리는 똥 밭이었다. 또한 소들이 지나가면 먼지가 아주 많았다. 소들은 짐을 운반하고 있었는데 타카는 족히 200킬로는 너무 든다고 했다. 차가 다닐 수 없어 소가 짐을 나른다고 했다. 루클라는 비행기가 모든 생필품을 실어다 주지만 이곳은 사람이나 소가 나른다고 했다.


1시간을 걸었다. 탁신두가 보였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돌계단도 끝났다. 초입엔 일주문이 보였다. 정상에 다다르자 시원한 바람은 없고 강렬한 태양만 있었다. 셋은 탁신도 정상에 있는 로지로 들어가 달밧을 시켰다.


-점심은 이제부터 달밧이야. 든든하게 먹어야겠어. 밥 잘 먹는 것도 고산병 예방하는 방법이라잖아.

-아무거나 잘 먹는 네가 부럽다. 나는. 3분 음식 몇 개 챙겨 올걸.

-진짜 힘들 때 고추장에 비벼 먹어.

-베이스캠프 가서 먹을 거야.

-달밧 파워 24시간.


타멜거리를 돌아다니며 상점에 기웃거렸을 때 티셔츠에 프린팅 된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Dal Bhat power is 24 hours'


-타카, 트레커가 한 명도 안 보이네.

-어. 이쪽 길은 사람들이 잘 안가. 루클라로 바로 가거든.

-맞다. 경비행기 타고 다들 그리로 먼저 간댔지. 루클라 공항 위험하다던데. 세계에서 가장 공항이라나.

-맞긴 해. 활주로가 짧지. 사고도 있었어. 오래전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그래서 연착도, 취소도 많고.

-우리 몇 시에 타고 가는 거야?

-첫 비행기야. 6시 30분.

-벌써부터 떨린다. 경비행기 탈 생각하니까.


은접시에 나온 달밧은 정갈했다. '달'은 콩으로 만든 수프 '맛'은 밥 그리고 카레와 채소 절임이 있었다.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며 타카는 손으로 휘휘 저어가며 먹기 시작했다. 무진과 기주도 커리와 달을 섞어 비벼먹기 시작했다. 김치가 생각났지만 '어자르'라고 불리는 채소 절임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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