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연재소설

by 방랑자

-제인은 안보이네?

-걸음이 빨라 제인은.


제인은 오늘 컨디션이 좋으면 붑사를 지나쳐 간다고 했다. 아마도 그렇게 했던 모양이다. 먼저 출발한 후 볼 수 없었다. 트레킹을 좋아했고 무엇보다 자연을 더 사랑했다. 그녀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해 오고 싶다고 했다. 겨우 이틀 걸었을 뿐인데 그녀는 어디서 매력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다고 어젯밤 식당에서 말했다.



주인장은 참치 피자, 애플파이, 볶음국수를 차례차례 내왔다. 롯지에는 손님이 없어 조용했다. 무진, 기주, 가이드뿐이었다. 팬에 달군 피자 밀가루의 향이 아주 강했으나, 채소가 신선했고 통조림 맛의 참치가 꽤 어울렸다. 산에서 피자, 스파게티를 먹는다는 생각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기주가 처음 맛본 피자는 그랬다. 참치 스파게티는 맛의 50프로가 통조림 참치 맛이었고 나머지 50프로는 토마토소스의 맛이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무진은 배를 채우기에 바빠 군소리 없이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무진과 기주가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타카의 저녁인 달밧이 나왔다. 주인장과 딸이 먹으려고 했는지 치킨도 함께 있었는데, 타카에게도 덜어준 모양이다. 주인장은 타카에게 계속 더 줄 요량으로 물어봤지만 타카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타카. 여기선 맥주 괜찮지?

-어. 남체. 그 이후로는 가급적 안마시는게 좋아.

-오늘은 맥주 마셔야겠다. 땀도 많이 흘렸고 걷기도 많이 걸었잖아. 어떤게 괜찮아? 에베레스트? 아니면 튜벅? 튜벅 마셔볼까?

-스테이크 먹을 때 에베레스트는 마셨으니까 이번에 튜벅 마셔보자. 가격이 밦갑이긴 하네. 500루피.

-맥주가 비싸긴 하다. 근데 여기도 싼 술이 있을것 같은데.

-어. 있어. 창이라고 집마다 만들어서 팔어. 1리터에 100루피. 맛보고 살 수 있어. 맛없으면 안 사도되. 달큼하면서 시큼하기도 하고 집집마다 맛이 다 달라. 여기도 있을껄.


타카는 주인장에게 물어봤다. 주인장은 주방으로 들어가 한 컵 창을 담아왔다. 뽀얀 흰색이 막걸리 처럼보였다. 조금 맛을 보니 막걸리 보단 도수가 약했지만 타카의 말대로 달큼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났다. 탄산은 거의 없었다. 살짝 비릿 하기도 했지만 부담은 없었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아 무진은 1리터를 받았다.


-맛있는데, 코코넛 비스킷이랑 같이 먹을까.

무진은 배낭에서 과자 두 개를 꺼내왔다.

-천천히 마셔. 약해도 술은 술이야.

-알았어. 맥주 마시고 바로 마셔서 그런가. 열이 올라오는데. 패딩은 벗어야겠다.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셨다. 타카도 같이 마셨다. 셋이 마시기에 조금 부족했지만 마무리 지었다. 과해서 좋을게 없었다. 산에서 내려오면 편하게 마시자고 타카는 선을 그었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러 식당을 나왔다.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찼다. 찬 공기에 코가 시렸지만 별들로 가득 창 하늘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기주도 무진도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긴 호흡으로 바라봤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별들은 같은 곳에 있겠지만 볼수록 밤하늘은 매력이 넘쳐났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가져다준 행복은 설산을 바라보는 것보다 어쩌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 건 아닐까 기주는 생각했다. 트레킹도 좋고 밤하늘도 좋고 사람도 좋았다. 어디든 좋았다. 네팔은 무진에게 좋기만 했다.


-오늘은 하루가 길다. 이틀째라서 그런가.

-맞어. 오늘은 길었어.

-술 기운이 남아 있어서 잠은 잘 오겠다.

-내일을 위해서 푹 자야지.

-주무십시오. 내일 봅시다.

-예. 그러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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