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깊은 잠에서 깨어난듯 했다. 무진은 몸이 가벼웠다. 한번도 새벽에 깨지않고 아침에 일어나듯이 몸이 상쾌했다. 이런 기분이 무진은 좋았다. 시간을 확인 하고 싶었지만 시계를 들여다 보지 않았다. 상쾌한 기분을 이어가고 싶었다. 눈도 뜨지 않았다. 다리도 저리지 않았고 등도 온몸 어디에도 불편한 곳이 없었다. 다시 명상에 집중했다. 호흡을 알아차리며 들숨과 날숨이 깊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을 느끼며 명상을 이어갔다. 곧 명상 시간이 끝날것이라 짐작했다.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어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것 같았다.
종이 울렸다. 5시였다. 저녁 시간이지만 먹을 수 있는건 정해졌다. 차 한잔 그리고 과일 한 조각 뿐일테다. 그럼에도 밥 시간이 기다려졌다. 아무리 적게먹어도 먹긴 먹어야했다. 일주일도 안된 짧은 시간에 몸은 완벽히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다. 배꼽시간은 아주 정확했다. 홍차와 오렌지 한 조각이 있었다.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차를 마셔도 목으로 넘기기 전까지 입안에서 몇번을 굴리며 맛을 느끼려 애썼다. 목에서 차가 넘어가는 감각을 느끼며 마셨다. 차가 식도를 넘어 위에 도달할 때까지 감각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했다. 달콤하고 시큼한 오렌지를 먹을 때면 시큼한 맛이 사라질 때까지 식도로 넘기지 않았다. 달콤, 새콤, 쌉싸한 맛이 혀에서 맴돌았다. 한 끼 해결하기에 적은 양이었지만 부족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해가 산마루에 걸쳐 있었다. 산마루 반대편은 새파란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산마루 하늘은 붉어졌다. 해가 산마루 아래로 도망을 가더니 하늘은 더욱 붉어졌다. 구름은 움직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그 하늘도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다른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 땅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 정면을 응시하고 걷는 사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사람 모두 이제는 얼굴이 익숙했다.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사람마다 특징이 있었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친구는 무진의 옆자리 친구다. 파마머리에 눈매가 깊었다. 파란눈을 가졌고 키에 비해 너무 말라 보였다. 식사시간에 본 그의 식판은 항상 단촐했다.
걸음걸이가 남다른 사람이 있었다. 팔을 앞뒤로 세차게 흔들며 팔자걸음에 이상한 쇳소리를 내며 걸었다. 보폭을 아주 크게해서 걷지만 심한 팔자걸음이었다. 어디 사람인지는 알지 못했다. 유럽사람인지 아랍계 사람인지 아니면 혼혈인지, 묘했다.
백발을 가지신 어르신도 계셨다. 무진은 일본사람임을 단번에 알았다. 동양계 사람은 대부분 쉽게 알아차리게 되는데 치아를 보고 일본사람임을 확신했다.
숲길을 걷다 다시 단체 명상 홀로 돌아왔다. 오후 6시부터 홀에서 단체 명상이 시작되고 명상이 끝나면 수업이 이어진다. 수업이 끝나면 짧은 명상으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무진은 수업시간이 좋았다. 말하지 못하고 듣기만 하지만 수업은 무진의 궁금증을 많이 해결해 줬다. 가령 제대로 명상을 하고 있는건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수업에서 해결됐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명상 하는 사람도, 선생도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삶의 이치를 깨닫고 인생의 참된 도를 닦아도 같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너무 큰 바람을 가지고 명상을 시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깨달음은 그렇게 작은것 부터 시작됐다. 하루일과가 모두 끝났다. 질문 있는 사람은 홀에 남아 선생과 독대를 가졌고 그 외는 머두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온 무진은 불은 켜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하루를 정리했다. 아주 긴 하루였다. 명상은 뒷전이고 생각이 하루를 지배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도 알아차리고 나니 걱정은 크지 않았다. 내려놓음 그리고 현재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렸다는 것에 만족했다. 생각을 이어갈 때쯤 무진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