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연재소설

by 방랑자

하루가 지났다. 유난히 쌀쌀했다. 겉옷을 입어야했다. 명상센터는 어제와 같다. 사람들은 걸으면서도 명상에 집중하는듯 보였다. 하늘을 보거나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면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손가락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면 그 부분만 시렸다. 첫날의 첫인상은 기억 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대부분 밝아 보였다. 스치듯 지나친 시선에 걸린 그들의 얼굴은 전과 달라 보였다.


무엇이 달랐을까. 무진도 달라졌을까. 다른이가 보는 무진의 얼굴은 어땠을까. 전보다 달라졌을까.

마음은 평온했다. 갈망도 수그러졌다. 전혀 없진 않지만 센터에 들어오기 전보다 달라져 있는 자신을 느꼈다. 돌아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하루하루가 괴로워 도망가고 싶은 마음 하루에도 수십번 들었던 그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왜 달라졌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내일이 되면 침묵은 해제된다.사람들과 무슨 얘기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한들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예감 할 수 있었다. 무진은 끊어진 생각의 고리를 다시 묶기 시작했다. 붑사에 밤이 깊어졌고 새벽녘 창을 통해 바라본 하늘은 별에 취하기 좋은 새하늘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기주는 별과 은하수를 보고 들어왔다. 기쁨이 눈에 보였다. 반짝 빛나던 별처럼 기주의 눈은 밝았다. 콧등은 붉게 변했다. 얼마나 밖에 있었을까 손이 시려운지 장갑을 낀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


-언제 나갔다 온거야?

-좀 됐어. 춥다 추워. 몇시야 지금?

-4시30분

-벌써. 오래 있었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나봐.

어쩐지 코가 시렵더라. 얼른 자야겠다. 오늘도 많이 걸어야지?

-루클라까지 가니까 아무래도.

-오랜만에 세상과 연락도 해야겠구나. 사람들도 많겠지?

-거기서 출발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눈좀 붙여.


새벽에 깨고나서 다시 잠들고 일어났을 땐 한번도 깨지 않고 일어난것처럼 몸이 개운했다. 밖으로 나갔다. 이슬이 맺힌 잔디밭은 신발을 촉촉히 적셨다.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거미줄이 보였다. 거미줄에 걸린 개미 한마리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거미가 나타나 거미줄을 타고 개미가 매달린 곳으로 향했다. 개미는 사라졌다. 하늘을 보자 동이 틀 준비를 마쳤다. 안개는 하늘위로 날아가는 중이다.

주인장은 빨래줄에 걸어둔 빨래를 잊은 모양이다. 축축히 젖어 있는 옷과 신발이 그자리에 있었다. 해가 뜨면 금방 마를테지만 간밤에 많이 젖어버렸다.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낯선이가 보였을까 쉬지 않고 짖었다. 덩달아 다른 개들도 따라 짖었다. 네팔 꼬마들이 막대기를 들고 이리저리 개들을 쫒고 있었다. 꼬마들은 개들과 장난치고 있던 모양이다.


기주는 창틀에 기대어 변해가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눈을 몇번 비비더니 하품을 크게 했다. 이제야 잠이 달아났다. 눈덮인 설산이 멀리서 보였다. 태양을 가장 먼저 맞이한 높은 산은 영롱하게 빛났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눈앞에 펼쳐진 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을열면 빼곡한 빌라 숲에 가려 옆집 벽만 보이던 그곳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막힘없이 뚤린 시야는 응어리진 가슴속 앙금도 사라지게 했다. 히말라야는 천천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기주의 마음도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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