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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n 02. 2017

#28

연재소설

바람이 불었다. 강하게 불었다.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찼다. 눈이 내릴 수도, 비가 내릴 수도 있다. 식당에 앉아 달밧을 먹고 창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스콜성 비가 내릴까 아니면 눈이 내릴까.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하늘은 쾌청했다. 들어오자마자 하늘은 급속도로 변해갔다. 하늘이 쾌청하고 파란 하늘은 아름다웠는데 어디서 먹구름이 다가왔을까. 하늘은 수시로 바뀌었다.


어디서 왔을까. 검무튀튀한 구름은 짙어지고 있었다. 상황을 봐서는 10분안에 뭔가 터지겠다. 하늘에 구멍이 열리고 비가 내렸다. 강력한 비였다. 소낙비라고 하기엔 강했다. 옆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귀는 온통 빗소리에 차단됐다. 천장을 두드리는 소리, 땅에 마찰음, 빗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강렬했다.


트레커들이 들어왔다. 딱 봐도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지만 지나가는 비가 아닐꺼란 생각이 들었는지 배낭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가이드들은 날씨 예보를 확인했을 것이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릴 예정이었나보다. 가이드는 주인장과 얘기 하느라 바빠보인다. 방은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들어온 트레커들은 모두 방을 배정받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계속 내리고 있었다. 타카는 남체부터 눈이 많이 쌓일거라고 했다. 내일은 다시 햇살이 강하겠지만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릴거라고 말했다. 비가 내리고 기온은 내려갔다. 주인장은 식당 한켠에 마련된 난로에 불을 지피려 알코올을 가지고 왔다. 나무에 알코올을 뿌리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 나무는 활활 타올랐고 난로에 불이 가득했다. 곧 난로 주위는 온기가 돌았다. 젖은 옷 가지를 말리기 위해 겉옷과 신발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방금 도착한 트레커는 배낭만 벗어버리고 난로에 와 자리를 잡았다. 비를 맞고 추위에 떨었는지 손이 떨렸고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겉옷을 벋어 난로 근처에 만들어 논 빨래줄에 걸어 말렸다. 신발도 벗어 말리기 시작했다. 손을 비비며 차가워진 손을 녹였다. 입에서 흰김이 나왔다. 불이 점점 강해진 난로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무진은 잠바를 벗었다. 기주는 아직 겉옷을 벗지 않았다. 춥다고 했다. 따뜻하지만 난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한기가 있었다. 온기는 오직 난로 근처 1m만 유효했다.


커플이 있었다. 타즈매니아에서 온 커플이었다. 그들은 베이스캠프는 갔다오지 않았고 고쿄레이크를 다녀 왔다고 했다. 칼라파타르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고쿄레이크는 높이로 치자면 칼라파타르와 차이가 없었다. 그곳이 너무 아름다워 다른 곳을 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물론 너무도 추운 이유도 있었지만, 호수를 보고 난 후 다른 곳을 보지 않아도 고쿄에서 만족했기 때문에 내려왔다고 했다.


그랬다. 목표가 분명 있었지만, 목표는 순간 순간 변화 될 수 있는 거였다. 최종 목적지는 상징과도 같은 거였다. 포기와는 다른 종류였다. 우리에겐 과정도 결과도 중요했지만 그들은 과정에도 만족 할 줄 알았다. 목적지는 수시로 바뀔 수 있다. 기주와 무진은 그들이 하는 얘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맞아. 포기가 아니지. 삶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삶이 피곤하다.

-아웃사이더로 사는 것도 힘들고.

-치열한 삶에 익숙해 지는 것도 무섭다.

-뭐가 되든, 이래서 여행이 필요한가 봐. 다른 삶에서 살아온 그들의 대화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니까.

-별거 아닌건데 별거 아닌게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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