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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5. 2017

#64

연재소설

올것이 왔다. 롯지에 들어가기 직전 무진은 두통을 느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직사광선에 오래시간 노출되서 오는 두통과는 달랐다. 속이 메스꺼웠고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왔다. 잠시 앉아서 쉬면 되겠지 생각으로 앉아 있었다. 그 사이 기주와 타카는 롯지로 들어갔다. 무진은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푹 꺼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두통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 때 식당으로 들어갔다. 얼굴 표정에 들어났는지 기주가 물어봤다.


-왜그래, 어디아퍼?

-머리가 아파서. 두통인가, 아니면 이게 고산병인가..? 속도 메스껍고 힘이 쭉 빠지네...

-많이 아파?

-아까 도착했을 땐 괜찮더니 갑자기 두통이...

밖에서 앉아 있다 왔거든. 좀 사라져서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 두통이 남아있어. 들어가서 누워있어야겠어. 힘이 진짜 빠진다. 방 어디야?

-2층 4호실. 잠깐 쉬고 있어봐. 배낭이리주고. 침낭이라도 펴 놔야지.


15분이 흘렀을까 무진이 방에 올라갔을 때 기주가 배낭정리와 침대 정리를 마쳤다. 무진은 털썩 주저 앉아 누웠다.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고산지대라는 걸 몸소 체험한 순간은 그 다음이었다. 들숨과 날숨을 하고 있는 차에 순간 숨을 쉬지 않았지만 갑자기 깊은 들숨을 해버렸다. 의도하지 않던 순간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로부체 높이는 5,000미터와 불과 100미터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높이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도지만 무엇보다 산소가 적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트레킹이라도 만만히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란 사실에 두려웠다.


트레킹도 이럴진대 과연 저 더 높은 고봉에 오르는 산악인들은 대체 어떤 몸 상태를 가지고 오르는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베이스캠프에서 완벽히 고소적응을 마치더라도 캠프 1, 2, 3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고소에 적응한다. 적응 되지 않으면 다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베이스캠프에 한 번에 정상에 오를 수는 없었다.


타카가 말했었다. 세르파 도움 없이는 정상에 발을 딛기 힘들뿐 아니라 미리 루트개척에 나서 선등자로 로프설치도 도맡아 한다고 했다. 고소에 적응만 한다면 오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위허한 등반이지만 세르파 없이는 아주 힘든 여정이라고 했다. 등반중 사고도 많이 일어나며 기상변화로 눈사태가 날 수도 있다. 인력으로 천재지변은 예방할 수 없다. 비단 에베레스트 뿐 아니라 근처에 있는 로체나 아마다블람에서도 사고는 항상 일어난다고 했다.


무진은 잠결에 꿈을꿨다. 맥주와 통닭 먹는 꿈이었다. 입맛을 다시다 깨어났을 때 무진은 두통이 사라짐을 느꼈다. 불안했다. 타카는 낭가르타샹에 올라갔다 오면 트레킹 하면서 고산병 걱정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때? 좋아졌어?

-아까보단 괜찮아. 두통은 없어졌어. 이게 말로만 듣던 고산병이구나. 사람마다 다르다더니 결국 오긴 하는구나. 높은곳도 다녀왔는데.

-어쩔수 없지 뭐. 예방해서 되는 것도 아니구.

-그러게. 그나저나 배고픈데. 점심도 안먹었잖아 우리. 저녁 일찍 먹을까?

-그러자. 일찍 먹고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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