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연재소설

by 방랑자

남체는 거대한 마을이었다. 초입에 롯지 몇채가 보였지만 마을 크기는 짐작 할 수 없었다. 초입을 지나자 마을이 보였다. 갖가지 색을 칠한 롯지도 있었고 가정집도 보였지만 대부분 숙박시설이 가득했다. 산악용품점, 커피숍, 빵집, 여행사, 심지어 은행과 현금 인출기가 있었다. 환전소도 보였다. 산을 깎아 만든듯한 분위기는 롯지들 마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입구에 다다를 수 없었다.


상점엔 사람들이 나와 호객행위를 했다. 무엇이 필요하냐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말을 붙였다. 야크 털로 만든 모자부터 양말, 옷, 숄더, 장식품까지 한데 모아 내다 팔았다. 상점안은 더 다양한 물품이 보였다. 산악용품점은 전문적인 장비까지 있었다. 피켈이 보였고 이중등산화에 로프, 카라비너, 하강기,아이스 피켈도 있었다. 침낭은 상점에서 다 팔고 있었다. 그림과 사진액자도 팔고 있었다. 타카의 말로는 루클라보다 작은 마을이라 했지만 무진과 기주의 생각은 남체가 더 크게만 보였다. 공항만 없을 뿐이지 대도시와 같은 느낌이었다.


-엄청 큰데?

-루클라보다 더 커보여.

-진짜. 펍도 있고 빵집에 식당도 많고.

-루클라에도 있긴 했는데 여기가 더 살아있는 마을 같아.

-트레커들도 많이 보이고.

-올라갔다 내려 온 사람들이랑 이제 올라가는 사람들 쉬는 사람들 섞여 있어 그런가봐.

-여기서 고소적응 한다며.

-바로 출발하지 않고 하루나 이틀 쉬고 간다는데.

-여기가 3400m인가. 그럴껄.

-백두산 보다도 높네 여기가.

-확실히 공기가 깨끗해. 공장이 있길해. 미세먼지가 있어. 무공해야 완전히.


-빵집 무료 와이파이던데. 짐풀고 좀있다 여기 오자

-타카. 우리 숙소는 어디야?

-다왔어. 파란색 지붕보이지? 저기야.


롯지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 지붕을 새파랗게 페인트칠을 해놓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다. 위치도 좋았다. 중심거리와 맞닿아 있었고 남체 전경이 잘 보일 것 같았다. 입구는 주방이었다. 주방이 곧 출입문이었다. 주방에 식당으로 향하는 문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은 여주인장이 우리를 맞았다. 가족은 카트만두에 있을 듯 싶었다. 타카는 성수기라 아니라서 닫힌 롯지들도 있다고 했고 대부분은 카트만두에 있다가 성수기가 다가오면 다시 온다고 했다. 주방 냉장고에 붙어있던 사진을 통해 자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여 주인장은 말솜씨가 남달랐다. 얼마나 많은 트레커들을 만났는지 아니면 따로 영어공부를 했는지 여태 만나본 롯지 주인장들보다 10배 이상은 잘했다. 대화에 막힘이 없었다. 손님은 무진과 기주를 포함해 다섯팀이 있다고 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트레커 한 명이 밥을 먹고 있었다. 기주는 그 가 한국인임을 단 번에 알아차렸다.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국 브랜드였다.


-한국 분이에세요?

-네. 어떻게 아셨서요?

-옷이요. 여기 와이파이 되나봐요?

-되긴 하는데 비싸요. 종일 쓸 수 있는게 500루피인가 그래요. 저는 심카드를 샀어요.

-그랬구나. 올라가는 길이에요?

-아니요. 다녀왔어요. 내일 내려가요. 루클라에서 비행기 타고 가려구요. 올라가세요?

-네 저희는 올라갑니다. 내일은 하루 쉬고 모레 가죠. 어디 갔다오셨서요?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요.

-춥진 않았어요?

-엄청 추웠어요. 손까락이 잘려 나가는줄 알았아요. 남들은 일출보러 새벽에 칼라파타르 올라갔는데, 저는 늦게 올라갔더든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너무 추워요. 추위를 타는 편이긴 하지만, 너무 추워요

-얼마나 춥길래.

-많이 추워요.

-저희 짐좀 풀고 내려올께요.

-네.


산에서 처음 만났다. 짧은 시간동안 한국말을 쏟아 부었다. 방은 3층에 있었다. 큰 창이 있었고 창을 통해 남체 마을이 한 눈에 보였다. 고도가 높긴 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공기가 차가웠다. 침대도 이불도 차가웠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타카는 안된다고 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도 고도가 높아 고산병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물티슈로 얼굴과 발 만 닦았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침낭을 펼쳤다. 침대는 더블베드였지만 3명이 자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벽이 다 판자구나.

-옆방 숨소리도 들리겠네.


롯지는 트레킹 내내 다르지 않았다. 린넨의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고 쾌쾌한 곰팡이 냄새는 어디서나 같았다. 불평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그만 더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생겼다. 타카는 롯지 주인들은 다 부자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만 롯지를 운영할 수 있고 롯지가 몇 개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락쉡 롯지는 돈을 너무 많이 벌어 헬기를 띄워 돈을 싣고 온다고 했다. 성수기에는 사람이 넘쳐 돈을 쓸어 남는다고까지 했다. 중견기업이었다.


-네팔엔 언제 오신거에요?

-12월에 왔어요. 포카라에 있다가 온 거에요.

-그럼 안나푸르나 트레킹 하고 왔겠네요.

-네. 쉬다가 이쪽으로 넘어왔죠.

-어때요? 그쪽은?

-에베레스트 보다가 그쪽가시면 시시할지 몰라요. 안나푸르나쪽은 마차푸차레랑 안나푸르나 사우스 보긴 하는데, 멋진 풍경은 여기만 못해요.

-그래요?. 나름의 운치가 있겠죠. 일 그만두고 온거에요?

-휴학했어요. 세계여행하고 마지막 여행지가 네팔이에요. 이제 들어가야죠.

-세계여행? 몇개월 한거에요?

-1년 반 정도.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너무 많은데. 좋았다기 보다 기억에 남는 곳이 있죠. 위험지역 이라고 했는데 들어갔다가 하늘로 가는 줄 알았어요. 아프리카 지역도 치안이 그나마 안전한 곳이 있긴 한데, 위험한 곳으로 들어갔다가 현지인들에게 둘러 쌓여서, 못 나올뻔 했죠.

-가지말라는 곳엔 이유가. 그래도 다행이에요. 무사해서.

-네. 진짜 무서웠거든요. 남미에서도 버스타면 무장강도가 많아서 위험 구간은 비행기 타라고 하거든요. 비행기 탔으니 괜찮았지 버스 탔으면 당했을 거에요. 제가 탈려고 했던 그 버스도 강도 당했대요.

-남미는 그럼 우유니 사막이랑 마추픽추는 다녀왔겠네요.

-네. 거의 국민 루트죠.

-내년이면 들어 가려나.

-언제 가실 예정이세요?

-아직 몰라요. 3년 계획하고 나왔는데 네팔이 5개월이에요. 네팔 끝나면 중동 아니면 인도 생각만 하고 있죠.

-크레이지 인디아 라고 하던데. 그래도 같이 가시니까 괜찮을거에요.

-혼자가요. 이 친구는 한국에 들어가요.

-그래요? 커플이신 줄 알았는데.

-비스무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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