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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09. 2017

#58

연재소설

낭가르타샹 피크 직전까지 올랐다. 해발고도 5600미터였다. 딩보체 고도는 4410미터. 1200미터를 올랐다. 고산에선 가급적 하루 높이를 500미터로 제한했다. 고산병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당일에 다시 내려오긴 했지만 높이가 만만치 않았다. 두려움도 있었다. 4천과 5천은 확실히 달랐다. 천천히 올랐지만 숨이 찼다.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는 말 느낄 수 있었다. 기주는 무서웠다고 했다.


캐서린은 중도에 내려가려 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욤은 10분만 가면 뷰 포인트에 도착한다며 얘기했고 그럼에도 너무 힘들면 내려가자고 했다. 캐서린은 뒤늦게 올라왔다. 룽따가 바람에 펄력였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어두웠다. 타카는 말했다. '블루다크'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짙어진다고 했다.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낭가르타샹에서 바라본 설산은 10시방향부터 2시방향까지 넓게 펼쳐저 있었다. 구름은 산위로 빠르게 흘렀다. 설산 앞에 거대한 암석 산이 보였다. 마치 그래픽과 같았다. 천미터 가량  높이 올라왔는데 저 멀리 설산은 8천미터라고 했다. 구름에 가려진 에베레스트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가끔씩 제트기류가 보일 땐 무섭기도 했다. 제트기류는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다고 했다. 등반 중 항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오른다고 했는데 갑자기 변하는 날씨에 혹여 제트기류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살아서 돌아올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타카가 말해줬다. 고산등반은 정말 강심장만이 갈 수 있는 곳 같았다


타카는 이제 어디를 가도 고산병은 없을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여기를 문제 없이 올라왔으니 남은 일정에서 걱정거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속도도 안정을 찾았다. 뒤늦게 올라온 캐서린은 두통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뷰 포인트에 올라서서 파노라마 처럼 펼처진 설산을 보며 두통을 잊어 버렸다. 흥분했고 설레여 했다. 눈물도 조금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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