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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6. 2017

#65

연재소설

조용한 롯지가 소란스러웠다. 식당엔 트레커들이 많았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내려왔다. 개별로 온 사람들이었다. 어찌나 죽이 잘 맞아 보이는지 말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귀기울여 들어보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으레하는 말들 소소한 말이었다.

흰 콧수염 수북한 어르신 한명이 식당에 들어왔다. 서양인이었다. 낮에 식당에서 쉬고 있을 때 지나친 그 아저씨였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서양인들은 대부분 말이 많았다. 입만 살아서 말 많은 서양인들이 가끔은 싫었다. 그런데 이 분은 홀로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긴만 했다. 무진은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메뉴를 고르고 기주에게 말했다.


-저기 혼자 앉아 있는 분 있잖아. 두꺼운 패딩입고 있는 분. 코드가 맞겠어. 그나저나 마늘수프는 먹으라고 했으니까 마늘수프랑 뭐먹지. 밀가루는 좋지 않다고 했는데, 밥도 그렇고, 먹을만한게 있어야 먹지.

-아니면 밥만 시켜서 김에 먹을래? 남아있어. 고추장도 있고. 그리고 한국분 선생님 있잖아. 그 날 딩보체에서 된장국 주셨어. 분말가루.


마늘수프와 밥을 주문했다. 된장국에 밥말아 먹고나니 살것 같았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도 서양식에 익숙하더라도 한식을 먹는 게 힘이됐다.


콧수염이 매력적인 아저씨는 영국에서 온 콜린. 그는 네팔 방문이 다섯번째다. 텐트와 버너 코펠도 가지고 오셨다. 에베레스트 일정만 한 달을 계획하셨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2-3일 정도는 텐트치고 트레킹을 즐긴다고 했다. 임자체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하루를 즐기셨고 고교레이크에서도 텐트치고 주무셨다고 했다. 그곳에서 본 은하수가 너무도 생생해 지금도 짜릿하다고 했다. 일정은 12일이 남아있다고 했다. 어디를 갈지 계획중이라고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고 칼라파타르 일몰을 보러 간다고 했다. 우리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일출보다 일몰이 훨씬 이쁘다며 극찬을 했다. 해가 떨어진 직후부터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 항상 새롭거든. 공기도 좋고, 설산을 이쁘고 그래서 자주 오게 되. 앞으로 얼마나 더 올지 모르겠지만.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 올거야. 나에게는 이곳이 파라다이스거든.

-맞아요. 참 좋아요. 고산병만 없다면.  고산병은 없어요?

-다행이지. 고산병은 없었어.

-오후에 두통이 있어서 쉬고 왔는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심해지면 내려가야되. 다행이네.

-네. 그리고 한식을 먹어서 그런지 살아났어요. 여기는 음식이 거의 서양식이니까. 꾸준히 먹기 힘들더라구요. 아침이야 빵으로 먹는다쳐도 점심 저녁은 좀 힘들어요. 오늘은 한식 얻은게 있어서 그걸로 때웠지요.

-그렇지. 네팔음식이라고 해봐야 많이 없지 대부분 메쉬포테이토, 달밧, 피자, 스파게티가 거의 전부지.

-며칠은 괜찮은데 음식때문에 장기간 하기에는 힘들겠어요. 가리지 않고 다 잘먹는데 아플땐 역시 한식이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저 사람들은 쉬지 않고 대화하네요.

-대부분 그렇지. 말이 많지. 가끔은 힘들 때도 있어.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건데,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니까 소소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죠. 만나자마자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 소소한 얘기를 만날 때마 사람들과 해야하니까 나중에는 그게 싫더라구요. 마음이 움직일 때야 할 수 있는건데. 서양인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 아시아인은 말이 없거나 수줍어 하거나 아니면 무시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하고 싶을 때 하는거지요.

-말이 많지 서양인들. 나도 잘 어울리지 않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면 하지만 굳이 먼저 말하지 않지.

내가 싫은건 그거야. 대답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얼굴을 보면 말을 해. 'How are you doing' 또는 ' How's it going'  눈인사만 해도 사실 괜찮거든. 눈짓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되고.

-맞아요. 진짜 그래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볼때 마다 그러니. 차라리 아무말도 않하고 지나가면 좋겠는데. 눈 마주치면 그 때 가볍게 눈인사 하면 되는데.


-내일 고락쉡 갈 때 같이 가도 될까?

-그럼요. 같이가도 되죠. 일몰보러 올라 가시죠?

-그럼. 내일 몇시에 출발해?

-8시요.


무진은 콜린에게 먼저 올라가서 쉬어야겠다고 말했다. 기주도 짧은 눈인사를 했다. 타카에게 내일 콜린도 함께 간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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