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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4. 2017

#63

연재소설

-아, 잠깐, 우리 계산 안하고 왔다.

-아, 맞다. 차 값 계산 안했는데., 어쩌지. 완전 잊고 있었네.  타카! 계산 안하고 왔어. 차 값. 깜빡했어. 내려가서 다시 주고 와야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주고 올께.

-미안해.


차만 마시고 1시간 쉬고 아무생각 없이 올랐다. 두클라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상당히 가파른 언덕이었다. 30분 가까이 올랐는데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불현듯, 깜빡하고 계산하지 않고 올라와 버렸다. 점심이라도 먹었으면 잊지 않았을텐데. 식사를 하지 않을 때는 미리 계산을 마쳤는데 이번엔 시기를 놓쳐 버렸다. 타카에게 미안했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기엔 1시간 가량 소요 될게 분명했다. 적은 액수였지만 다시 내려올때 셈을 치루기엔 시간이 오래걸렸다. 미안한 마음에 멍하니 서서 내려가는 타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1시간이 다 되어 타카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진짜 미안해. 정말 잊고 있었어.

-괜찮아. 그리고 내가 갔다오는게 빠르기도 하고 그게 훨씬 나. 무진이 내려갔다 왔으면 30분은 더 걸렸을 껄.


타카는 대수롭지 않은 듯 웃음을 보였다. 그랬다. 무진이 내려갔다면 다시 올라오다가 퍼졌을 것이다.

언덕 경사가 심했다. 타카는 다시 출발 하자며 먼저 길을 나섰다. 언덕이 끝날즘 타카는 멀리 보이는산을 가리키며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언덕을 넘고 왼쪽을 돌아 평지가 나온다고 했다. 그 후가 로부체라고 했다.


-4시쯤 도착하겠네?

-어. 4시 전에 도착할거야. 이제 힘든 구간은 끝났어. 두클라에서 처음 언덕이 경사가 심하고 나머지 구간은 어렵지 않아. 로부체에서 고락쉡은 가까워. 8시에 출발하면 12시되기 전에 도착할거야. 힘든 구간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지.

-막바지구나. 베이스캠프도 칼라파타르도.

-그러게. 언제가나 했는데, 벌써네 벌써야. 그럼 내일이면 볼수 있겠네. 칼라파타르 일몰을. 진짜 그림이겠다. 낭가르타샹에서도 기가막혔는데, 정말 멋있었는데. 거기서 아마다블람도 멋졌는데.

-왠지 낭가르 보단 덜 할것 같애.


햇빛이 강했다. 그림자가 짙어졌다. 나무는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씩 풀만 보였다. 야크의 먹이였다. 몇몇 무리들이 보였다.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지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지만 야크의 눈을 볼 수는 없었다. 드넓은 벌판에도 있었고 산기슭 벼랑에도 야크가 보였다. 일정고도이상에서만 살 수 있은 야크는 3,000미터 아래에서는 살 수 없는 특이한 동물이다.


4시에 가까웠을 때 우리는 로부체에 도착했다. 롯지들이 꽤 많아 보였다. 배낭 포켓에 넣어둔 물은 얼어있었다. 타카가 자주 가는 곳이 있는지 골목길에 들어선 롯지로 안내했다. 창을 통해 본 1층은 식당 2층이 방이였다. 식당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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