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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3. 2017

#62

연재소설

-컨디션은 어때?

타카는 무진과 기주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감기기운은 없는지 머리가 아프진 않은지 어디 불편한곳은 없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오늘은 로부체까지 올라간다. 5,000미터에 육박하는 4,900미터에 있는 로부체다. 높이가 상당했다. 천천히 오르겠지만 타카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알려달라고 했다. 비릴 수 있는 마늘스프를 아침에 먹으라고 권했다. 민간요법이지만 고산에 오르는 가이드나 세르파는 주기적으로 먹는다고 했다. 효과가 없을 순 있으나 약을 먹는것도 아니기에 우리는 짜파티와 블랙티 그리고 마늘수프를 함께 먹었다. 비릿 한 맛이 너무 강했다.


캐서린이 식당에 나왔다. 표정이 좋지 않다. 머리가 아픈지 연신 머리를 만지며 지쳐있는 목소리를 낸다. 새벽에 잠들지 못했다. 두통이 심하게 왔고 추위에 감기기운까지 있었다. 캐서린은 오늘 하루 더 쉬고 지켜본다고 했다.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마늘스푸를 먹으라고 욤이 말해 줬다. 예방차원으로 먹는 다이아막스를 아침 저녁으로 반알씩 챙겨먹었지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었다. 다이아막스는 고산병을 위해 만든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아니면 이틀을 지켜본 후 올라갈지 내려갈지 아니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지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캐서린은 위에서 다시 보자고 했다. 칼라파타르에서 일몰을 보고싶어했다. 기주는 답했다. 곧 보자고. 괜찮아 질거라고. 대신 호전되지 않으면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떠나기 전 기주는 캐서린과 페이스북 아이디를 공유했다. 포카라, 혹은 다른 나라에서든 볼 날이 있을거라고 했다.


우리는 8시에 롯지를 나왔다. 배낭은 여전히 무겁다.간식으로 준비한 과자, 초콜릿, 사탕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체감상 500그램도 되지 않았다. 어깨에 짓눌린 무게가 익숙해 질법도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았다. 다시 루클라로 내려갈때까지 이 무게에 익숙해질지 모르겠다. 생각 없이 걷다보면 무게를 잊기도 하지만, 잠시 쉬었다 다시 떠날 채비를 할 때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트레커들은 다 어디에 있다 이렇게 모이는지 두클라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있었다. 그렇다고 30-40명 되는건 아니지만 20명에 가까웠다.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차를 시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즐겼다. 내려가는 사람들 올라가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 꽃이 피어 보였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등산화를 말리고 발을 말렸다. 기주는 선크림을 덧대어 다시 발랐다. 선글라스 자국이 남아 웃긴꼴을 하고 있었는데 대다사의 트레커들의 형국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꾀죄죄한 모습이 이곳과 더 어울린 것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정오가 다 되어 롯지에 도착한 팀들은 식사를 했다.

달밧, 피자, 스파게티, 볶음밥이 전부였다. 두클라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베이커리가 있었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겨울엔 운영 하지 않았다. 이용객 수가 많지 않아 수지타산이 안맞는 이유도 한 몫 했을터다. 주인장 마음일수도. 장비가 얼어버린 이유도.

몇몇 트레커들의 얼굴에서 아쉬운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1시간의 가까운 긴 휴식을 갖고 로부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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