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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2. 2017

#61

연재소설

새벽이다. 네팔에 온 이후로 새벽이 좋다. 어스름한 풍경이 좋고 땅이 촉촉해서 좋다. 아무도 밖을 나서지 않는다. 조용하고 고독한 시간이 좋았다. 새벽 하늘은 밤하늘 보다 더 깊었고 별과 은하수는 더 진득하게 보였다. 트레킹이 시작되고 기주가 먼저 새벽을 느끼러 밖을 나섰고 일주일이 지났을 땐 무진도 함께 나섰다. 좋은 것엔 이유가 없었다. 좋은 것 그것이 전부였다.


소리에 집중하면 미처 알지 못한 서리가 들렸다.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소리 팔에 부딪히는 소리 눈 깜빡이는 소리도 들렸다. 가끔은 발소리가 너무 커서 놀랄 때도 있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떠돌아 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알고 싶지도 않은 무지에 세계로 들어가고픈 충동이 있었다.


기주는 한 번 이런 얘기를 했다.

-나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1년만 있고 싶어. 내가 책임져야 할 일도 내가 관심 있은 일도 내가 생각해야 할 사람이 없는 곳. 그저 하루 하루 보내고 싶어. 스트레스 주지 않는 그런 곳. 아침에 일어나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 대로변이 나오기 한 블럭 전, 이른 아침부터 빵을 굽는 빵집에 찾아가 빵을 한 움큼 사오는거야.


대로변을 향해 나가 강가를 벗삼아 30분간 걷다가 오는거야. 아침에 새들을 보고 싶어. 내 머리위로 날아다니는 새. 달리기 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음악듣는 사람을 보고 싶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빵집에 들려 우유를 사올꺼야. 집은 2층에 발코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발코니에 앉아 빵을 뜯어 먹을거야. 우유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뜯어 먹고 바깥 경치를 보는거지. 다 먹고 나면 음악을 켜 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요가를 하겠지. 샤워를 하고 다시 발코니에 앉아 책을 읽을거야. 세상이 시끄러워지기 전까지만.


시끌벅적해 지면 외출 하겠지.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빌리고 책을 읽겠지. 그런 점심 시간이 다가올꺼야. 노천카페에 앉아 피자를 먹든 쌀국수를 먹든 타코를 먹든 샌드위치를 먹든 그 날 땡기는 음식을 먹을꺼야. 그럼 노곤해 지겠지.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오후 느즈막히 일어나 다시 세상을 바라보는거지.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니까.

지루할꺼야. 내가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한 달만 그렇게 해도 지루하겠지.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알아가고 싶은 사람을 만들고 싶어. 우연히.


가끔은 그 사람들과 저녁도 먹고 술 한잔 할 수도 있겠지. 불꺼진 집에 다시 들어와 씻고 책을 읽다가 잠들고 싶어. 취미생활도 할거야. 역사 공부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글도 쓰고 멀리 교외로 나가 여행도 하고 1년 그렇게 살면 1년 후엔 어떨까. 돌아왔을 때 적응 할 수 있을까. 그런 삶이 지속될까?. 여행처럼 일상을 살아갈수 있을까.., 하고 싶은 대로 살기엔 아직 결단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직 두려운 걸까..,

모르겠다.


2년안에 할꺼야. 계획 세울꺼야. 세계여행이 될 수 있고, 지금 말한대로 살 수도 있어.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막사는건 아니지만 그런 삶도 꿈꾸잖아. 나도 한번 해볼래. 그래야 견딜 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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