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자 Jul 17. 2017

#66

연재소설

-우리 처음 시작할 때 외국인 친구랑 같이 출발하지 않았나?

-그랬지.

-이름 기억나?

-아니, 여기 마을이름도 매일 헷갈리는데 이름까지 어떻게 외워.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캐서린은 기억나는데, 오래된 기억은 사라지나보다.

-불과 13일전이야.


-기억력이 쇠퇴하고 있어. 고산병 후유증인가.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지마.

-그럴수도 있는거지 사람일은 모르는거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여.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구 누워나 있어. 또 도지면 어쩔려구 그래.

-알았다.


타카는 낮잠을 자게되더라도 짧게 자라고 했다. 밤에 잠을 못자고 다음날 다시 걷고 체력이 달리고 고산병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짧은 오침으로 피곤함이 가시고 두통도 사라져 무진은 깊게 잠들 수 있었다.

그사이 기주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밀린 트레킹일지를 쓰고 음악 듣고 다시 일기 쓰기를 반복했다. 불빛이 흐리게 보이는 창밖 풍경을 멀끔멀끔 보기를 반복했다. 구름이 있는지 하늘에 별은 잘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갈까 고민했지만 나가지 않았다. 혹시나 무진이 두통을 깨어날까 옆에 있기로 했다.


무진은 가끔 두통이 오거나 특히 감기에 걸리면 유독 심하게 왔다. 꼭 몸살감기로 번져 일주일 아니 열흘정도 심하게 알았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감기에 걸렸고 여름에도 걸리기 일쑤였다. 기주는 죽을 쓰거나 약을 사오며 옆에서 보살폈다. 적당히 좀 하면 좋겠지만 아파도 오지게 아파 끙끙알았다.


뭘 하든지 아프던지 참 어지간했다. 친구들도 알았지만 독종이란 소리를 듣곤했다. 옆자리에 누운 무진은 침낭과 이불을 한껏 뒤덮어 머리만 빠끔히 내밀고 잤다. 숨이나 쉬고 자라고 이불을 조금 내려줬다. 무진의 얼굴 옆선이 날렵해 보였다. 오래만에 자세히 들여다 봤다. 머리와 이마 눈썹과 눈 코와 입 얼굴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함께 했을 때 마주보고 누워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기주는 종종 말했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좋다고. 그러곤 손을 머리에 대고 얼굴 하나하나를 쓰다듬으며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마주보고 누우면 반복했다.


기주는 무진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눈을 감고 오래전 자신이 했던 행위를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6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