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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26. 2017

#74

연재소설

무진에게 두통이 또다시 찾아왔다. 침대에서 여러번 잠을 설쳤다. 이번엔 심했다. 머리가 띵 하기도 했고 어지러움도 있었고 속마저 좋지 않았다. 뒤척이며 잠들기위해 노력했지만 노력으로 되지 않았다. 춥기는 왜 또 이렇게 추운지 머리를 침낭밖으로 꺼내기조차 싫었지만 답답함에 머리를 내밀 수 밖에 없었다.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기주가 말했다.


-아파?

-머리가 아프네. 왜 이러지. 내려가라고 하나보다. 더 가지말고.

-걱정되게. 아침까지 좋아지지 않으면 내려가자.

-그래야겠는데. 미안하네.

-인력으로 되는일이 아니야. 신이 허락한 사람만 갈 수 있다잖아. 고산은.

-진짜 제대로 겪는구나. 잠이라도 오면 좋겠구만. 잠도 안오네. 지금 몇시야.

-3시.

-아이고야. 한참 남았네.

-머리에 열은 없는데, 독특한 질병이다 고산병은.


기주가 무진의 이마에 손을 갖다대어 열이 있는지 확인했다.  기주가 무진의 옆에 누웠다. 무진을 토닥였다. 그렇게 아침이 왔다. 깜빡깜빡 졸기도 했다. 무진은 일어나 숙소 안을 서성였다. 다시 두통은 사라졌다. 기주는 잠들었다. 6시였다. 무진은 밖으로 나가 롯지 주변을 걸었다. 두통이 없어짐을 확신했다. 트레커들이 칼라파타르로 올라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일출 보기위해 많은 인원이 올라갔다. 뒤늦게 올라가는 인원은 가깝게 보였다.


타카가 보였다. 타카에게 오늘 아침은 마늘수프를 먹겠다고 했다. 간밤에 두통에 시달린 얘기를 했다. 좋아지지 않으면 아침먹고 바로 내려 가려고 했지만 베이스캠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까진 가보고 싶다 했다. 그 사이 기주도 나와있었다. 무진은 기주에게도 말했다. 기주는 진짜 괜찮겠냐고 되물었고 무진은 중간에 안좋으면 내려가겠다고 했다.


마늘수프를 먹고 싶진 않았다. 너무 비릿해서 넘기기가 힘들었지만, 단숨에 마셔버렸다. 기주는 볶음밥을 먹었다. 입맛이 더 좋다고 했다. 콜린 아저씨도 내려왔다. 우리의 일정을 말했다. 꼭 가지 않아도 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걷다가 내려간다고 했다. 콜린 아저씨는 베이스캠프 근처로 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이틀간 텐트치고 있을 거라고 하셨다.


배낭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타카는 진짜 괜찮냐고 되물었고 무진은 정 힘들면 그때 내려가겠다고 했다. 무진은 기주가 타카와 같이 베이스캠프에 다녀오길 바랐다. 기주는 괜찮다고 했다. 가도 안가도 이제 충분히 즐겼기 때문에 내려가도 좋다고 했고, 아직 우리에게 안나푸르나가 있다고 했다. 포카라에서의 생활도 남아있고 즐길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지점에 도착했을 때 인증샷 몇장을 남기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그곳에서 끝맺음을 하고 다시 고락쉡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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