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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25. 2017

#73

연재소설

-내려가는 일만 남았네. 어지러운 건 어때? 괜찮아 졌어?. 아까 얼마나 걱정했는데..,

-지금은 좋아졌어. 어지러운것도 고산병인가봐. 두통에 이어 어지럽기까지 하는구만. 그런데 확실히 조금 내려왔다고 멀쩡해진다. 신기하다 신기해.

-나는 아무 증상도 없는데, 완전 체질인가봐.

-어 완전.

-가이드 해야 할까봐. 한국인 여자 가이드. 어르신들 상대로 한 번 해볼까?.

-괜찮겠는데.

-길었다 길었어. 이제야 다 올라왔어. 내려가는 일만 남았어. 보름 됐나? 멀기도 멀었는데 벌써 왔네.

-뭐 내일 베이스캠프 갔다가 진짜 내려가는거지. 높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내일은 아프지 마라.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나, 몸이 그러는 걸. 어째.

-인증샷 한 번 찍어야지. 베이스캠프에 갔다왔다고.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베이스캠프인데.

-그래야지. 언제 다시 올 줄 알고.

-나 어쩐지 다시 올것만 같아. 진짜루. 온갖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오롯이 즐기기만 할 수 있을것 같아. 마음이 너무 편하다 못해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어찌 그렇게 살았을까? 일 집 일 집 으로 몇년을 산거야 대체. 다신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 엄마 아빠 존경스러워. 자식이 있어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진짜 자신 없는데. 또 모르지 자식이 생기면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그렇게 살지.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일이 생길리는 만무하지.

-인생은 모르는거야. 내일일도 모르는거야. 어떻게 될줄 알고. 아무도 모르는거야.

-아니야. 나는 계획한대로 3년은 세계여행 하면서 나를 찾겠어.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무언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언지. 내가 즐길 수 있는 게 무언지. 미친듯이 여행하며 살아가며 배울꺼야. 어쩌면 여해이 일상처럼 변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즐길거야. 그러려고 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이기도 하니까. 내가 그 회사에 10년을 바쳤어. 내 청춘 간 쓸개까지 받치면서 일했어. 돈도 모았고 승진도 해봤고 인정 받기까지 처절하게 살았어. 넌 모르잖아. 직장 생활 안해봐서.

-나는 안되. 방랑벽 있어서. 내가 못버틴다. 내가.

-어련하시겠어. 거처도 일정하게 살지도 않는 네가. 적당히 움직여야지. 진짜. 너 나만나고 그나마 사람 된거야. 나 아니었으면 너 완전 완전 자유로운 영혼이 될뻔 했지.

-그러게나 말이다. 덕분이다. 그래. 하긴 그랬지 너 만나고 착실하게 살았지. 한 곳에 오래 살았지. 뭐 그래도 움직인다고 잘 못 살았던거 아니야. 나름대로 나답게 살았으니까.

-옆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애간장 타는줄 아니?. 이게 사람인가 도대체 옆사람은 안중에 있는건가, 내가 얼마나 욕을 했게.

-돌아다닐 때마다 귀가 간지럽더니. 너였구만.

-나 뿐이겠니. 어머니가 얼마나 전화했는데. 잘 살고 있는지. 아들놈 하나 정신 못차리고 살더니 나만나도 그나마 사람됐다고.

-그만하자이.

-웃기다 웃겨. 진짜. 내가 아마 이 말은 수천번은 더했을꺼다 '언제 사람 될래'

-인이 박혔다. 박혔어. 그래도 재미났잖아.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여행도 많이 하고.

-여행 많이 했지. 나 먼저 한국 보내고 혼자 좋다고 며칠씩 더 있고.

-그땐 그래야 했어.

-말을 말자. 다 옛일이다. 오늘 푹자. 내일 또 아프다고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푹 자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냐.


눈 감고 몇초뒤 무진은 빠르게 잠들었다. 빠르게 잠드는 대회가 있다면 무진은 상위권에 들정도로 빨랐다. 기주는 잠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무진이 많이 부러웠다. 내일은 아프지 말아달라는 눈빛을 무진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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