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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23. 2017

#72

연재소설

로부체에서 콜린 아저씨가 먹던 음식이 생각났다. 감자, 치즈, 각종 채소가 섞여 있던 이름모를 음식이었다. 완벽한 서양식 음식이다. 롯지에서 하루 숙박할 때마다 가급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주문해 맛 보았는데 아직 먹지 못한 음식이 있던 것이다. 직원에게 주문했다. 계란도 넣어달라고 했고 짜지 않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가능하면 치즈도 많이 넣어주십사 부탁했다. 케쳡을 넣어 섞어 먹었다.


맛은 좋지 않았다. 허기를 채울 뿐 이었다. 다 먹고 나니 속이 느글거렸다. 속이 시원이 내려 줄 콜라를 벌컥 마셔 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기주는 왜 그렇게 급하게 먹냐고 숨좀 쉬고 먹으라고 했다. 음식이 나오고 5분 되지 않아 다 헤치운 것이다. 콜라를 마시고도 허기진 배가 채워지지 않았다. 또 다른 음식을 주문하기엔 식당에 사람이 아주 많았다. 과자를 사먹기로 했다. 프링글스가 있었다. 스프라이트도 달라고 했다. 콜린 아저씨는 무진에게 입맛이 살아난 걸 보니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콜린 아저씨는 일몰보고 30분만에 내려왔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부터 엄청난 추위에 일몰을 오래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린 산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깊게 새기고 돌아왔다. 아저씨는 카트만두로 돌아갈 날짜가 아직 보름이 남아 있다고 해서 내일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말고 그 근처나 아니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루나 이틀 텐트치고 보낸다고 했다.


기주는 토마토피자와 스프라이트를 먹었다. 타카는 기주에게 고산병도 없고 체력도 좋고 음식도 잘 먹고 네팔에서 가이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농담섞인 어조로 말했다. 내심 뜻이 있었을까 웃음끼 가득하게 말했다 '돈 많이 주면 할께'

-세계여행하니까 한 3년 후에 다시 돌아올께. 그 때가서 나 기억 못하면 안되!

-오케이. 다시 돌아와.

-나 체질인가봐. 고산병도 없지 입맛도 좋지. 딱인데.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곳 매일 보고 새로운 사람들 항상 만나고 꽤 괜찮은 직업인데.,

-괜찮지. 가이드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로 한국에서 일 받고 일하면서 살아도 좋겠어. 전기 사정만 좋으면. 이쪽은 꽤 괜찮은데 포카라 안나푸르나쪽이 안 좋다던데. 전기도 자주 끊기고.

-가보면 알겠지 뭐.  우리 이제 올라갈께 내일 봐 타카. 내일도 8시에 출발하면 되려나

-어. 베이스캠프 갔다가 돌아와서 점심 먹고 내려가면 될꺼야.

-오케이.

콜린 아저씨에게도 인사했다. 식당엔 트레커들로 가득했다. 난로주위에 둘러 앉아 저마다 에피소드를 풀었다. 무진과 기주는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방문을 열었다. 차가워진 방안은 귀곡산장처럼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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