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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31. 2017

#75

연재소설

딩보체에서 만난 한국인 부녀를 다시 만났다. 중학교 1학년 이었던 친구는 고산병에 시달려 중도에 내려갈까 했는데 베이스캠프까지 갔다왔다고 했다. 그들은 이른 점심을 먹고 먼저 하산했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내려가는 길목 어딘가 롯지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고 그것도 아니면 카트만두에서 술 한잔 하자고 말하셨다. 우리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도 술이 고팠다. 고생했고 살짝 지쳐 있기도 했다. 더이상 올라가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루클라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되며 루클라에선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갈 참이었다. 일행은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에 올라가겠다고 했다.


고산병이 다시 사라졌다. 고락쉡 롯지에 도착하자 두통도 어지러움도 모두 사라졌다. 고도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5,000미터는 4,000미터와는 차이가 심했다. 식욕이 돌아왔고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내려갈 참이다. 기주는 스파게티 무진은 피자에 콜라를 시켰다. 타카는 달밧을 먹었다. 점심 저녁은 항상 달밧이었는데 가이드는 99프로 달밧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토마토 피자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콜라 한 병도 두 샷에 마셔버렸다. 그래도 허기졌다. 다 먹지 못한 기주의 스파게티도 먹어치웠다. 타카는 무진에게 확실히 살아났다고 말했다. 지난 밤 너무 심해지면 밤중에라도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점심과 방값 셈을 치뤘다. 둘이서 9천루피가 나왔다. 정말 많이 먹어야 5-6천 루피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꽤나 큰 액수였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등짐으로 운반을 하기에 그 댓가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밖으로 나왔다. 작열하는 태양에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자외선도 강렬했다. 기온은 분명 20도 전후 같지만 뜨거우면서도 추웠다. 독특한 날씨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후다.


두클라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일전에 차값 계산을 못해 타카가 다시 내려간 일도 있고 해서 차를 마신 곳에서 숙박 한다고 타카에게 말했다. 두클라까지도경관은 그리 달라지지 않지만 아쉬운 마음에 계속 뒤돌아 봤다. 그리운 설산을 마음에 담고 싶어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셀카도 여러장 찍었다. 타카와 셋이서 인증샷고 남겼다. 에베레스트에 언제 다시 와보냐며 기주는 걷다 서다 반복했다. 후미에 걷는 무진도 그런 기주를 담았다.

몸이 가벼워졌는지 걷는 내내 무진은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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