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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01. 2017

#76

연재소설

롯지엔 트레커가 보이지 않았다. 두클라는 대부분 점심시간에 쉬어가는 듯 했다. 로부체에서 숙박하는 이가 90프로에 육박했다. 하산길엔 로부체를 지나 두클라에서 숙박을 많이 하지만 오늘은 하산하는 일행이 많지 않던가 아니면 점심 먹고 느즈막히 움직이는 일행이 고락쉡에서 로부체로만 가는 일정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두클라엔 롯지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두 곳만 존재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마을도 보이지 않고 거대한 암석에 둘러쌓인 요새와도 같아 보였다.


오르는 길에 봤던 두클라의 모습이 달라졌다.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베이커리가 더 눈에 띄었다. 기주도 아쉬워 했는데 무진은 유독 아쉬워했다. 베이커리 빵이 너무 먹고 싶었다. 카트만두 타멜거리에 있을 때 아침이면 동네 빵집에 가서 빵을 사왔다. 코코넛이 들어간 빵 한 조각에 25루피였다. 두개만 먹어도 꽤나 든든한 양이었다. 고산지대에서 먹는 빵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주인장은 시즌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땐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두클라 롯지는 식당 건물과 숙소 건물이 별개였다. 여지껏 묵었던 숙소는 한 건물이었는데 이곳은 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야하는 구조였다. 거꾸로 된 기역자 모양이었다. 4시에 도착한 롯지에 짐을 풀고 옷 갈아입고 식당으로 나왔다. 주인장의 남매는 손님을 맞았다. 벌써 기운이 싸늘한지 딸은 난로에 불씨를 넣었다. 포대에 들어있는것은 야크 배설물을 말려놓은 것이었다. 야크 배설물을 나무를 대신해 아주 좋은 땔감이었다. 손에 한 움큼 집더니 난로안에 여러번 야크 똥을 넣었다. 곧 불이 붙었다.


-여기선 야크 똥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물론 춥기도 하니까 매일 난로에 불을 지펴야되. 안나푸르나로 가면 가스난로가 있는데 돈을 내야 난로에 불을 붙여줘.

-돈을 받는구나. 하긴 가스난로면 가스 배달을 해야할꺼 아니야.

-나무로 하는 곳도 있는데 마차푸차레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아마 가스로 할꺼야. 너희들도 안나푸르나에 가?

-어. 여기 끝나고 타멜에서 며칠 쉬다 갈꺼야. 바로 움직이기엔 너무 지쳐 버릴 것 같아.

-포카라로 가겠네?

-포카라로 가지.

-포카라 좋지. 카트만두에 비해 물가는 더 비싸긴 하지만 휴양도시라서 괜찮아. 액티비티 할것도 많고.  패러글라이딩, 카약, 경비행기, 치트완, 룸비니에도 갈 수 있고. 할게 많지 포카라는. 비행기타고 가면 금방인데 버스타고 가면 8시간은 걸릴껄.

-길이 좋지 않구나.

-우리에겐 익숙한대 너희에겐 불편할 수 있겠다.

-지도 보니까 대략 200km 인데 8시간이면 알만 하겠다. 우리 카트만두에서 파블루까지 지프 타고 왔는데, 정말 미치는줄 알았어. 12시간 걸렸어.

-살레리 가는 길?.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이니까. 처음엔 많이 위험했는데 이제는 잘 다니고 있군.

-그런가?. 전에는 더 위험했구나.

-사고도 많이 있었구.

-카트만두에서 살레리 가는 지프 타본적 있어?

-아니.

-? 그럼?

-여기에 1년만 있어봐. 그럼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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