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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02. 2017

#77

연재소설

발 뒤꿈치가 왜 아픈지 알았다. 아킬레스건 주위가 쓰라렸다. 왜 몰랐을까. 등산화를 벗고 알 수 있었다. 양말에 구멍이 났다. 하루종일 걸으면서도 감지하지 못했다. 뒤꿈치는 물집 잡히기 직전이었다. 빨갛게 부어올라 아픔이 느껴졌다. 기주에게 말했더니 둔하다며 왜 몰랐냐며 다그친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괜히 서운하다. 약 바르기에도 애매한 상태였다. 밴드만 붙였다.


저녁메뉴 고르기 위해 메뉴책자를 살펴봤다. 비슷하겠거니 생각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엔 한국인 음식이라고 적힌 카테고리가 있었다. 라면을 팔고 있었다. 라면은 400루피 라면과 계란은 450루피 김치는 200루피였다. 라면을 보자마자 바로 정했다. 계란에 라면 그리고 플레인 라이스를 시켰다. 김치는 고사했다. 예상컨데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었다. 콜라, 스프라이트도 같이 주문했다. 저녁 주문만 했을 뿐인데 기주와 무진은 웃었다.

주인장에 면은 덜 삶아 달라고 부탁했다.


-내려가는 중이니까 맥주 괜찮지 않을까?

-안돼. 먹으려면 남체가서 먹어. 여기서 먹다가 고산병 오고 싶어?. 아직 4,000미터야.

-그. 그래.

-남체가서 먹자. 거기 펍 있잖아.

-한잔 마시고 싶은데.

-참아라.

-예. 그나저나 라면이라니. 신라면이겠지.?

-신라면이야. 남체에도 라면 팔았는데. 먹고 싶지 않는것 같아서 말 안했어.


타카가 말했다. 남체에도 루클라에도 라면은 팔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기 때문에 라면 팔고 있는 롯지가 많다고 했다. 특히 포카라로 넘어가 안나푸르나에 가면 대부분의 롯지에서 맛볼수 있다고 했다. 또한 롯지 주인중엔 한국에서 일하다 온 사람이 있어 한국인 입맛을 잘 안다고 했다.


달걀 노른자가 설 익었다. 풀어헤치니 빨간 국물에 노란 건더기가 둥실 떠다닌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입에 바로 대 국물을 마셨다. 매콤 쌀사름한 그 맛과 노른자 맛이 섞여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맛이 한국에서 먹던 맛이 다르지 않았다. 뜨거우면서 시원한 그 맛은  기주와 무진만 느끼고 있었다. 타카도 주인장도 남매도 이해하지 못했다. 라면 한 그릇이 적게 느껴졌다. 몇 젓가락 하고 나니 면은 금방 사라졌다. 밥을 말았다. 후루룩 먹고나니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콜라로 입가심을 하고나니 세상 살맛나는 하루일과의 마무리와 같았다. 기주는 아직 반도 먹지 않은 상태였는데 무진은 먹었다기보자 먹어헤치운 상태였다.


속이 따듯했다. 몸에서 열이 나고 무진은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맞았다. 땀이 맺힐듯한 상태에서 찬바람은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했다. 등골이 오싹할 즘에 다시 식당에 들어왔다. 기주는 이제 밥을 말아먹고 있었다. 빨리 먹어서 일까, 무진은 짜파티에 버터를 주문했다. 배가 고팠다.


짜파티에 버터를 발라 크게 한입 물었다. 참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참치 통조림은 너무 비쌌다. 두 피스를 금방 먹어치우고 마지막 남은 콜라를 마셔버렸다. 그사이 기주도 스프라이트로 입가심 했다. 살아난 표정이다. 무진과 기주의 식사가 끝났고 주인장, 남매, 타카가 달밧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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