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일상
‘하나님! 제발 계시다면 도와주세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어요. 제발요! 제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건가요? 흑. 흑. 광현이가 깨어나기만 하면 모든 걸 잊고 광현이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겠습니다. 제발! 이번 치료에서 광현이 의식이 돌아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현미래는 치료실 밖에서 무릎 꿇고 두 손 까지 모아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평소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현미래였지만, 두 번의 치료에서 모두 백광현의 의식이 돌아오는 게 실패하자, 신께라도 기대고 싶었다. 마침 벽에 십자가가 걸려있어서 하나님께 기도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미래에게 밝은 빛이 비취는 듯 했다.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리며 눈을 떠 보니 치료실의 문이 열리고 치료실의 불빛이 현미래에게 비췬 것이었다. 곧이어 치료를 담당하셨던 선생님들께서 나오셨다. 그 중에는 현미래랑 같이 온 경윤대 의료진도 같이 있었다.
“보호자분! 그 동안 걱정 많으셨죠? 정말 기적적으로 백광현환자 의식이 돌아 왔습니다. 이 곳 의사들도 기적이라고 하네요!”
“어머나! 감사드립니다. 흑! 흑! 하나님. 그리고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흑! 흑!”
“아까 나오면서 보니 무릎 꿇고 기도하고 계신 것 같던데 보호자분의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 주신 것 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 흑! 흑! 광현이는 지금 어떤가요?”
현미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다.
“백광현 환자분 의식은 돌아 오셨고, 그 동안 충격이 있을 수 있어 수면을 취하는 게 좋다는 현지 의료진들의 권유에따라 수면제를 맞고 조금 전에 잠드셨어요. 지금 가보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흑! 흑! 선생님.”
현미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백광현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기쁨과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슬픔까지 겹쳐, 정체 불명의 알 수 없는 눈물이 더 흘러내렸다.
병실로 돌아와보니 백광현이 정말 갓난 아기처럼 쌔근 쌔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숨소리만 들어도 무의식에서 돌아온 평온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광현아! 수고했어! 잘했어! 잘했어! 정말 잘했어! 흑! 흑! 흑! 그리고 우리를 용서하지 마!! 미안해! 사랑해!’
백광현을 보고 있는 현미래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
.
.
"네! 회장님~마지막 세 번째 최면 치료에서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최기사는 현우재의 지시에따라 이모든 상황을 현우재에게 일일이 전화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렇군~~ 미래는?"
현우재의 관심사는 오직 현미래였다.
"네. 회장님. 미래 아가씨는 백광현 씨 의식 회복하시는 거 확인하시고 한참을 우시다가 귀국하셨습니다. 제가 비행기 타는 거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뭔가? 그게?"
"네! 백광현 씨 미래 아가씨도 미래재단도 전혀 기억을 못 하는 듯했습니다. 나머진 다 정상인데 미래 아가씨와 관련된 것들만 전혀 기억을 못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 거짓으로 연기일 가능성은 없나?"
"네!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현지 주치의 말로는 기억 하나를 무의식 속에 묻어두고 온 듯하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합니다."
"그래?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나?"
"네! 의사 말로는 보통의 경우에는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무의식의 무의식 속에 기억을 두고 온 경우라 기억이 회복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렇군! 안타깝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군! 미래도 이 사실을 아나?"
"아닙니다. 미래 아가씬 백광현 씨 의식 돌아오는 거만 보고 떠나셨습니다."
"그래~ 나머지 일 처리도 잘하고 귀국하게~ 지난 번 같은 실수가 또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네.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사고를 낸 운전기사가 저희 미래재단 직원이라 모든 걸 저희 미래재단에서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의심하거나 뒤탈 없도록 철저히 조치하고 귀국하도록 하겠습니다."
ㆍ
ㆍ
ㆍ
2025년 현재
백광현은 현미래 교수가 두고 간 사진을 아무리 봐도 혼란스럽기만 할 뿐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일 아침 회진 돌 때 면담 신청을 해야겠군ㅜㅜ'
그렇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지만 도무지 두 사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그런 건 아니겠지! 백광현 정신 차려~~'
혼자 온 갖 상상을 하느라 잠을 설친 백광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생각으로 아침 회진 돌때 현미래 교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네~ 안색이 많이 안 좋으시네요.....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나 보네요. 이따 간호사실에 스케줄 확인하고 문자 보내드릴 테니 진료실로 오시면 됩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이따 뵙겠습니다~"
현미래 교수도 어제보다는 많이 담담해 보였다.
"네. 선생님~감사합니다."
백광현도 담담히 인사했다.
오전 물리치료가 끝나자 간호사 선생님이
"교수님께서 지금 진료실로 오시라고 하시네요~"
하며 진료실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환자분!"
현미래가 웃으면서 백광현을 맞이했다.
"네~ 교수님! 다름이 아니라........"
백광현이 말을 하려 하자 현미래가 짐작했다는 듯이 말을 가로채 갔다.
"그래! 기억이 전혀 안 돌아온 거 같네? 밤새워 고생만 한 거 같아~"
측은한 눈빛으로 현미래가 백광현을 바라보았다.
"네~ 아니 어!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그리고 기억이 난다고 해도 지금........"
백광현이 우물쭈물 말을 잊지 못하자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나도 생각 많이 했어. 어쩌면 그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제 말도 놓고 많이 편해졌네?ㅋ 그리고 이제 와서 토끼 같은 아들 둘에 여우 같은 마누라님까지 있는 유부남을 내가 어쩌자는 건 아니니 겁먹지는 마!ㅎㅎ"
현미래답게 유쾌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 겁먹다니?ㅎ 그리고 내가 아들 둘인 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말했었나?"
현미래와는 달리 아직 얼떨떨한 백광현이었다.
"ㅋㅋ내가 뒷조사를 좀 했지~~ㅋ"
현미래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ㅎ그랬구나~? 너 하는 거 보면 이제 놀랍지도 않다~"
백광현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얘는 내가 뭘 어쨌다고~~ㅋ 나는 단지 네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너무 슬펐고, 그것도 나에 대한 기억을, 좋은 기억만이라도 기억해 주길 바랐던 거야~ 누구나 첫사랑은 아름답게 기억하잖아~ 그런 거였지~그리고.........."
현미래가 말을 잠시 끊었다.
"그리고 뭐?"
"그리고, 네가 행복하기만 하길 바라~ 진심으로...... 그거면 돼. 난~"
현미래가 낮게 하지만 정확히 얘기했다.
"어...... 그래 고맙긴 한데........"
백광현이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얘기하자
"고마우면 됐지? 뭐가?ㅋ 아픈 거는 어때? 많이 좋아졌어?"
현미래답게 상황 정리를 하고 백광현의 몸 상태에 대해 물었다.
"어~ 물리치료 받고부터는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어~ 괜찮아~"
"그래~다행이다.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니 치료 잘 받아! 며칠 더 지켜보다 별 이상 없으면 퇴원해도 되겠다~ 그동안 친하게 지내자~ 백광현 환자!"
현미래가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
백광현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그때 백광현의 전화가 울렸다
‘위이이이잉~~~위이이잉~~~’
윤예지였다.
백광현이 현미래를 보자 나가봐도 괜찮다고 손짓했다.
대충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몸은 좀 어때? 목소린 많이 좋아졌네~ 회진 다녀가셨지? 뭐라셔?"
윤예지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 많이 좋아졌고, 며칠 지켜보고 괜찮으면 퇴원하자고 하시네~"
백광현이 차분히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네~그리고..... 아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윤예지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다.
"어~ 병원에서 필요한 게 뭐 있겠어? 그리고 뭐? 뭐 물어보려고 했어?"
백광현이 뭘 물어보려는지 눈치챈 듯이 얘기했다.
"아니야!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알게 되겠지~아니면 말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윤예지였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애들 데리고 한 번 갈게~ 애들이 아빠가 없으니 힘이 없네~ㅋ"
윤예지가 웃으며 얘기했다.
"며칠 있음 퇴원할 건데.... 뭐 하러.......?"
백광현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들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었다.
"애들이 가고 싶대~~ 암튼 이따 봐~"
그렇게 백광현은 이제 슬슬 다시 일상을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보였다.
그 전화가 걸려오기 전까진.....
ㆍ
ㆍ
ㆍ
ㆍ
ㆍ
소설 : 봄비 -제23화- (퇴원 그리고 걸려온 전화)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