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 여름 무더위가
8월의 뜨거운 빗줄기와 함께 물러나면
한 가위 선선함이
9월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찾아든다
한 번은 가는 여름인데
해마다 여름은 얼른 가기를 등떠밀고
한 번은 오는 가을인데
해마다 가을은 얼른 오기를 손꼽는다
등떠밀린 여름이 떠나고
손꼽던 가을이 찾아오니
매미소리 잦아들고
귀뚜라미소리 울려퍼진다
드없이 높고 푸르른 가을하늘엔
흰돛단배 정처없이 흘러간다
가을엔 익어가는 곡식들처럼
마음이 풍요롭고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