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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현원장의 목적

by 백운

"아..... 이런.....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이 되다니?..... 제가 안목이 부족해서 아까운 선생님 한 분을 뺏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현원장님 저한테 한턱내셔야겠습니다. 하! 하! 하!"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있던 최강 대표원장이 자기가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깝다는 마음인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 놓을게요~ 자~ 이제 일어서시죠? 차 안 가지고 오셨으면 제 차로 이동해요"


현원장이 최강 대표원장을 잠시 쳐다보고는 말했다가 이내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아이고..... 현 교수님한테까지 야... 안부나 전해주세요."


최강 대표원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네.... 전 아직 차가 없습니다. 원장님 차 얻어 타고 가겠습니다."


"호! 호! 얻어 타다뇨? 호! 호! 재밌으신 분이네요. 백 선생님!"


"아! 그게 웃긴가요? 재밌게 봐주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나와 현원장은 최강 대표원장의 배웅을 받으며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타세요~백 선생님!"


현 원장이 차 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 차문을 열어 주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차가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말로만 듣던 2억 원대 포르쉐였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차가 좋네요~ 이렇게 비싼 차는 태어나서 첨 타봅니다."


약간 얼떨떨해하면서 내가 말을 하자


"호! 호! 재밌고 솔직하신 분이네요~ 전 백 선생님의 그런 점이 좋아요~ 암튼, 저와 함께 열심히 해보시죠! 백 선생님도 머지않아 이 차를 모실 수도 있을 겁니다."


"네? 농담도 잘하십니다."


"호! 호! 호! 뭐 그리 놀라세요? 농담으로 끝이 날지 실재가 될지는 백 선생님 하시기에 달리지 않았을까요? 호! 호! 호!"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현원장은 다시 한번 한 바탕 웃었다. 그냥 하는 말인 거 같았지만 왠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갔다. 최강 대표원장이 원장으로 있는 최강수학학원 본원에서 3 ~ 40분 정도 차로 달려 현원장이 원장으로 있는 최강수학학원 황금원에 도착했다. 덕산시 황금구는 교육열이 심하기로 전국에서 몇 번째 들어가는 구였다. 그래서 가끔씩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학생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그곳에 위치한 수학학원이라면, 현 원장의 말대로, 강사로서 명성을 잘만 쌓으면 포르쉐를 타는 것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 내리시죠?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


현원장이 내려서 앞서 가며 안내를 했다. 새 건물이 아니라 그런지 시설들이 잘 되어있지는 않았다. 학원 안으로 들어서자 인테리어랑 분위기가 왠지 모를 낡은 느낌의, 칙칙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현원장이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잘 다녀오셨어요?"


카운터에서 상담선생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우리를 보자 인사를 하셨다.


"네~ 안쌤! 별일 없었죠?"


"네~ 별일 없었어요! 선생님들은 다 수업 들어가셨어요~ 곧 마치실 거예요."


"이쪽은 우리 카운터와 상담을 책임지고 계시는 안 유정 선생님이세요. 이 분은 이제부터 아마도 우리와 같이 일 하시게 되실 백강현 선생님이시고요."


"네! 반가워요. 백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원장님께서 엄청 기대하시면서 나가셨는데 같이 오신 걸 보니 말씀이 잘 되신 거 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같이 열심히 해봐요~"


안 유정 선생이 반갑게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네~저도 반갑습니다. 부탁은 제가 드러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호! 호! 내 이럴 줄 알았어! 두 분 잘 통하시네요... 안쌤은 제가 유일하게 이곳에서 맘을 열고 속에 있는 얘기 다하는 분이에요. 안쌤 우린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할게요."


현원장이 안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나한테 따라오라고 눈짓했다. 조금 걷다 보니 원장실이라 적힌 곳이 나왔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현원장과 닮아 있었다. 소파며 벽지, 테이블이 핑크 빛 톤으로 블링 블링하게 꾸며져 있었다.


"자! 않으세요. 선생님. 어떠세요? 저희 원 첫인상이?"


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현원장이 질문했다.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된 셈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차를 봤을 때 세련된 느낌이 원장님과 많이 닮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똑! 똑!


"원장님. 커피 준비했어요."


"역시 안쌤이셔~ 센스 짱~! 고마워요."


안 선생님이 커피를 내려놓고 나가자 현원장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다음은 뭐죠?"


"그런데 이곳에 내려서부터 원장실에 들어오기 전 까기는 왠지 원장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여기 원장실에 들어오니 원장님이랑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원장님께서는 지금 어떤 변화를 바라시는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현원장을 몸을 더욱 앞으로 당기며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제가 봤을 때, 원장님은 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원하고 계신 반면 여기 학원은 원장실은 제외하고는 약간은 칙칙하다고 해도 될 만큼 정체된 느낌입니다. 그러니 원장님께서는 지금 이곳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신다고 느낄 수밖에요."


"와우~~ 이 짧은 순간에 그걸 캐치해내신 건가요? 생각이상인데요~백 선생님."


"아닙니다. 사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생각해 봤습니다. 원장님 같으신 분이 왜 저 같은 놈을 원하실까? 자칫 잘 못 하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을 건데 하고요."


"그래서요? 결론은?"


현원장은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꼬으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실력 있고, 다른 선생님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다른 선생님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도, 원장님 편에 서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으로, 일종의 칼잡이 역할을 해주실 선생님으로 저를 채용하신 거라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와우~~ 놀라운데요. 호! 호! 호! 백 선생님. 직관력, 추리력, 상황판단력, 다 만점을 드리고 싶은데요."


현원장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근데, 원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요? 백 선생님.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원장님 편에 설 거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셨죠?"


"음.... 제 편에 설 거라고 확신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같은 강사라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들 편에 설 거 같지는 않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주관이 뚜렷하신 분일 거라는..... 판단! 근데 이제 보니 제 편에 서주실 거 같다는 확신이 드네요! 맞나요? 백 선생님!"


현원장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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