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꿈이 뭐였어?
큰 아들이랑 작은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장래 꿈에 대해 수업을 들었던 건지,
어느 날 문득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작은 아들 : "아빤 꿈이 뭐야?"
나 : "어~? 너희들이랑 건강하게 잘 사는 거지?"
큰 아들 : "아니, 아빠가 우리만 할 때 꿈이 뭐였냐고?"
ㅋ 한 살이라도 많다고 질문이 둘째보단 더 야무지네요~
나 : "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아내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걸 확인하는 척하며 소곤소곤 말합니다.)
나 : "나는 니들만 할 땐 선생님 되는 게 꿈이었어?"
큰 아들 : "그럼 지금 선생님하고 있으니깐 꿈을 이루었네?"
나 : "아니, 학원 선생님 말고 섬마을 선생님이 꿈이었어."
(두 아들이 신이 난 듯이 달려듭니다.)
두 아들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나 : "(너무 크게 말해서 엄마한테 들리면 안 된다는 듯이 주먹으로 쥐어박는 시늉을 하며)조용히 얘기해~쉿~"
두 아들 :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조용히) 알겠어~근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재차 물어봅니다.
나 : "어~아빠는 어릴 적에 크면 섬마을 선생님이 돼서 예쁜 섬마을 아가씨랑 결혼하는 게 꿈이었어!"
이 대답에 두 아들이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그리곤 또 물어봅니다.
큰 아들 : "어? 그럼 엄마는?"
둘째 아들 : "그럼 바람피우겠다는 거야? 와~~나빴네~"
ㅋ갑자기 바람둥이에 나쁜남자가 되니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다급하게 해명을 합니다.
나 : "(손을 과장되게 크게 휘저으며) 아니야~그땐 엄마 알기도 전이었고 니들만 했을 때라니까~"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이 두 아들이 또 묻습니다.
두 아들 : "아~근데 왜 포기했어?"
나 : "음....... 크면서 알게 됐지~요즘 섬마을엔 아가씨가 없다는 걸. 더군다나 예쁜 아가씨는 더ㅜㅜ. 그래서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지~"
큰 아들 : "그럼 섬마을 선생님은? 섬마을 예쁜 아가씨를 꼬시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네?"
역시 질문이 날카롭습니다.
나 : "뭐~그런 셈이었던 거지?"
그땐 무심코 뱉은 이 대답이 그렇게 큰 파장을 불르 일으킬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두 아들 : "(거의 동시에)와~나빴어! 파렴치한!! 엄마~~ 아빠가~~~~~~~"
헐. 어디서 그런 말들을 주워들은 건지?? 그렇게 전 그날 아무리 해명을 해봐도, 두 아들과 아내에게 장래희망과 꿈 따윈, 예쁜 섬마을 아가씨를 꼬시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파렴치한에, 나쁜남자가 되었습니다.ㅠㅠ
독자 여러분들은 자녀분들이 어렸을 적 꿈이 뭐였냐고? 물어본다면 혹여라도 재밌게 해 주려고 말하지 마시고, 그냥 "대통령", "발명가", "우주비행사"라 해주세요. 솔직히 말해달라고 해도 절대 말해 주시 마세요ㅜㅜ
진주는 밖으로 나와 내 손에 있을 때 더 아름 다울 수 있지만, 진실은 묻혀있을 때가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건강에도 이롭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