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다음날 아침 일찍 백광현이 눈을 떠보니 선녀처럼 예쁜 현미래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아직 자고 있었다.
백광현은 이 모든 게 아직 꿈만 같았다. 삼일절 날 캠퍼스에서 우연히 현미래를 본 것부터 시작해서 횡단보도에서 현미래를 구해준 일, 복도에서 마주친 일, 벚꽃과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서 첫 키스를 한일, 그리고 둘만의 여행까지.......... 모든 게 너무 행복한 꿈만 같았다.
잠시 현미래를 쳐다보고 있던 백광현은 현미래가 깨지 않게 조심히 빠져나와서 아침을 조심스레 준비했다.
아침이 다 되어 갈 때쯤 현미래가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어~~~으~~~윽~~뭐야? 이 구수한 냄새는?"
"히 히 일어났어? 잘 잤어? 선녀님~! 아침 준비하고 있었지~!"
"이야~완전 100점 아니 1000점짜리 나무꾼이네~~너 옷 꼭꼭 감춰 놔라~!ㅋ 내가 달라고 해도 절대 주지 마~!알았지?"
"어이그~~알았다! 얼른 일어나~밥 먹자~ 다 됐어~"
"알았어~~어~~아~~행복해~!"
현미래가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백광현의 볼에 뽀뽀를 하며 얘기했다.
"고마워~광현아~우리 사랑 영원히~~"
"알았어~ 알았어~ 걱정 마~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백광현도 현미래의 볼에 뽀뽀를 하며 얘기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그때 백광현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백광현은 안 봐도 누군지 알 듯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백광현은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여보긴 뭘 여봐~ 인마! 얼른 인나~~내 오늘 차 받으러 가야 해~"
역시나 손영찬이었다. 손영찬은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다.
"차?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오늘 여행 간다고 중고차 한대 뽑았다~"
"야~~대박이네~~근데 운전할 수 있나? "
"당연하지 인마~ 내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야~ 근데 나 미래 만나서 장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래서 지금 미래 만나러 가는 길이야~만나서 장보고 먼저 출발할 것 같아~"
백광현은 현미래에게 눈짓을 하며 손영찬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 그래? 이시키 이거 완전 푹 빠짔네~~ 좋을 땐 기라~~ 그래 아라따! 그러마 내가 이따 희영이랑 만수랑 태우고 가께~ "
"그래 이따 봐~ 운전 조심히 하고~"
백광현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숨을 내쉬었다.
"우와~~~들키는 줄 알았다. 왜 이리 심장이 뛰냐? "
백광현이 십년감수했다는 듯이 다시 숨을 내쉬었다. 그런 백광현이 한없이 귀여운 현미래였다.
"잘했어~~나의 나무꾼!!!!"
.
.
.
그렇게 신나는 1박 2일 아닌 2박 3일의 여행이 있은 후 현미래와 백광현은 정말 꿈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둘 사이도 행복했고 친구들도 모두 좋았고 둘 사이를 축복 해줬다~ 다만, 수학천재 박만수만이 우려하는 눈길을 가끔씩 보내고 있었다.
똑! 똑!
"회장님! 최 기사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의자에 꽂꽂하게 앉은 현우재의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네~회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어떻게 됐다고? 다시 한번 말해봐~!"
"네! 회장님~"
최 기사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현우재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여행을 갔다. 둘이서? 미래의 마음이 그 정도인 건가?"
현우재는 혼자 생각을 하면서 말을 되뇌었다.
"한 번 보자고 하지! 그 아이~"
"네! 회장님! 언제로 약속을 잡을까요?"
"빨라야겠지! 내일 저녁 내 스케줄 다 비워두게!"
"네! 회장님! 내일 저녁으로 약속 잡겠습니다."
"그만, 나가봐!!"
"네! 회장님!"
그렇게 현우재와 헤어진 최 기사는 백광현에게 전화를 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늦은 저녁시간에 모르는 번호로 백광현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여보세요?"
"네~백광현 씨 되시죠? 전 미래재단 현우재 이사장님 기사입니다."
미래재단 이사장이라는 말에 놀란 백광현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미래 할아버지가 왜?'
그때, 박만수와의 첫 술자리에서 만수가 했던 얘기가 기억났다.
'뭐든 할 사람들이야~ 조심해~~'
"네! 안녕하세요~ 근데, 미래재단 이사장님 기사분께서 저한테 왜요?"
백광현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회장님께서 내일 저녁에 좀 뵙자고 하십니다."
"네? 저를 무슨 일로요?"
현미래 할아버지 기사님이라고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일 저녁에 당장 만나자고 할지는 몰랐다.
"내일 저녁 7시에 제가 그쪽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참 미래 아가씨에겐 비밀로 해주십시오. 제가 곤란해집니다."
대단하신 분이라고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은 이렇게 저돌적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백광현이었다.
'피할 방법이 없네~ 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부딪쳐 보자~!'
백광현은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뵙죠!"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백광현은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만수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더 그랬다.
'모르겠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부딪쳐 보자~'
백광현은 마음은 이렇게 먹었지만 잠은 쉬이 들지 못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백광현은 선녀처럼 예쁘고 활달한 현미래를 보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래~ 평생 함께 하기로 했잖아~ 내가 지켜줄게~미래야~걱정 마!'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맘이 한결 가벼웠다. 백광현은 저녁이 되어서 급하게 할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들과 헤어지고 최 기사님을 기다렸다. 최 기사님은 정확히 7시에 백광현을 데리러 왔다. 차는 미래재단으로 향했다.
백광현은 이사장 실로 안내되었다. 생각보다 의리의리한 방 한가운데 소파에 앉아있는 현우재 이사장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새내기 대학생 백광현 눈에는 그야말로 왕처럼 보였다.
"오느라 수고했네~앉게~"
현우재가 차분하게 얘기했다.
"네~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하리만큼 백광현은 안정되어 있었다. 현미래를 생각하니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았다.
"오호~~대단한 청년이군! 눈 빛이 차분해~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군~"
"네. 감사합니다!"
"그래~자네는 내가 왜 자네를 보자고 했다고 생각하나?"
현우재가 물었다.
"네~ 미래랑 만남에 관한 말씀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광현이 당당한 말투로 얘기했다.
"하! 하! 당당하다 못해 당돌하기까지 하군! 기백이 좋아~하지만 거기까지야! 맞네~ 네 부탁을 잘 하진 않네만 자네에게 하나만 부탁하겠네! 백군!"
"네~ 말씀하십시오~!"
"우리 미래랑 그만 만나주게~"
현우재가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네도 익히 알지 않나? 자네랑 미래랑은 어울리지 않아! 미래는 이미 정혼자가 있다네~"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평생 함께하겠다고 미래랑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미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그 정혼 미래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집안끼리 집안을 유지시키고 그 권력을 더 단단하게 연결하기 위한 정략결혼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오호! 맹랑하군! 그래~뭔가?"
"그 결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입니까? 아님 할아버지께서 이뤄 놓으신 것을 지키시기 위해서 미래를 이용하시는 것입니까? "
"자네는 아직 어려서 자네가 볼 땐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두 개가 다른게 아니라네~ 내가 이뤄놓은 걸 지키는 게 미래가 행복해지는 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미래가 그러자고 하면, 날개옷을 달라고 하면, 그때는 그러겠습니다."
"날개옷이라~~그렇군! 이거 하나만 알아두게! 나는 부탁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네! 부탁은 이 한 번이 마지막이야~ 그다음은 협박이나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될 거야! 명심하게!!!"
현우재가 정색을 하며 낮지만 강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지만 백광현은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네! 각오하고 왔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미래랑 한 약속을 어길 수 없습니다. 미래랑 약속 때문이 아니라도 그럴 수 없습니다."
"왠가?"
"왜냐하면, 그건 저도 미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거침없는 백광현이었다.
"지금 헤어진다고 하면 자네가 상상하지도 못 한 부를 누리게 해주겠네~시골에 계신 부모님이랑 세 동생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군! 아쉽군ㅠㅠ 우리 이제 다시 볼일은 없을 걸세! 잘 가게~ 최 기사! 모셔드리게~"
이 말을 하고 현우재는 눈을 감고 뒤로 기댔다.
"네. 안녕히계세요!"
백광현이 나가고 현우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깝군................."
한편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백광현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래. 잘 했어! 잘 했어! 헤쳐나가면 돼~~'
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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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17화-로 이어집니다.
※본 소설은 본인의 창작 소설입니다. 아울러 저작권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무단도용은 하지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