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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Aug 30. 2023

#2023. 8 30. 수, 감자 한 알.

 

오늘은 5시 15분에 일어났다. 명상했다.


오늘은 엄마 생신이다. 음력으로 7월 15일이다. 백중날이다. 생신날 아침이면 당신 손으로 고기 넣은 미역국을 끓이셨다. 그렇지만 절에 가야 된다고 고기넣은 국을 드시지 않았다. 


생일 음식은 백중 전 날  해드린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비가 칠 때 잽싸게 한살림을 갔다. 아침 시간 한살림은 붐볐다. 과자도 사고 버섯, 당근도 샀다. 한살림 버섯과 당근은 '이것이 버섯맛이야, 이게 당근맛이지'라는 느낌이다. 간혹 맛없는 야채는 모양이나 색깔만 그것의 모양인데 한살림 야채는 맛을 간직하고 있다.

 하루 종일 주섬주섬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었다. 며칠 전에 사놓은 대합조갯살로 미역국을 끓였다. 불고기 양념을 만들었다. 국간장을 베이스로 했다. 당근과 야채, 어묵을 손질해서 잡채도 장만했다. 야채를 너무 익혀서 뭉게지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하는 요리라서...


 짐이 묵직했다. 오후 5시쯤 택시를 불러서 친정으로 갔다. 택시기사님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셨다. 어제 손님으로 태운 분 사연, 대구로 페이, 원래 소방관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해 주셨다.

 엄마는 얼굴이 아주 좋았다. 며칠 전 ktx를 타고 김포 남동생네를 다녀와서 그런 가보다. 김포에서 이틀 자고 서울 가서 손녀들과 여동생과 청와대 앞 수제비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셨다.

 집 앞에 있는 기차역에서 출발해서 다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엄마가 혼자 떠난 여행은 난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혼자 아들네 가서  자고 온 것도 처음이었다. 아들네를 혼자 가기 꺼려서 가고 싶어도 말도 못 하고 '나는 안 가고 싶다'고 웅얼거리셨다. 내가 올케에게 '집들이 한 번 하지'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나셨다. 동생이 결혼 한 지 20년인데 집들이 두 번 했다. 결혼하고도 부모님께 오시라고 집들이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아버지 제사에 오지 않아서 나는 동생네랑은 별로다.  뜨악한 상태라고나 할까.. 여하튼 엄마는 혼자 여행을 해 낸 자신에게 감탄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깊은 감탄을 했다. 엄마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쁜 소식은 여동생이 장절제 수술을 해야 된다는 일이었다. 오래된 베체트는 장을 많이 망가지게 했다.


 아침 명상을 하고 덤벨로 팔운동을 했다. 1kg가 가볍게 느껴진다. 이제 2kg을 들어도 되겠다. 요가매트에 누워서 복근 운동을 했다. 하다가 그냥 가만히 있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슬픔도 일어난다. 두려움도 구름처럼 생겨난다. 한... 참... 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팔과 다리가 풀린다.

 일어난다. 버피 테스트를 한다. 3개, 4개, 4개를 했다. 힘들다. 하지만 괴롭지는 않다. 부엌으로 온다. 시간은 8시 30분이다. 요가수업이 10시니 뭘 먹으면 불편하다. 그래도 감자를 한 입 먹는다.


 아, 맛있다. 너무 맛있는데!

 설탕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는데!


 벌떡 일어나 설탕을 찾아서 먹는다. 몽이는 옆에 와서 앞발을 번쩍 들고 의자에 매달려서 허벅지를 친다.


'나도 줘!'


사이좋게 감자와 계란을 나누었다. 너무 맛있는 감자를 먹는 순간 조금 전의 감각은 다 사라졌다. 슬픔도 두려움도 잊게 만들어주었다.


 여름 감자는 '행복함'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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