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딸아이가 서울로 돌아갔다. 동대구역에 내려주고 집으로 오면 마음이 텅 빈 것 같다. 어떤 날에는 집에서 보내는데 일부러 내려가지 않는다. 베란다로 아이가 집 앞 작은 다리를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걸 보면 슬쩍 눈물이 난다.
'타지로 왜 보냈을까...'
'내가 미쳤지...'
생각해 봤자 아무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짓을 한다.
스무 살에 집을 떠난 아이는 가끔 집에 내려왔는데 올 때마다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얼굴표정이 달라졌고 말투가 달라졌고 몸짓도 달라졌다. 내 자식 같지 않았다. 아이가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아 아이를 볼 때마다 화를 낸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아련한 몸부림이었음을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받아들였다. 내 자식 어쩌고 하지만 미련하고 좁은 안목이 쉽게 터지지는 않았다.
아이는 말수가 적은 편인데 술을 한 잔 하면 과하지 않게 자기표현을 한다. 그게 또 남편이 하는 짓이라서 참... 술을 먹고 이런저런 친구들의 근황을 전해 듣고 그 안에서 잘 살고 있는 아이를 확인하면 가슴을 살짝 쓸어내린다.
걱정하는 부모는 끈적하고 무겁다.
사랑하는 부모는 상큼하고 경쾌하다. 시원한 우물물 같겠지... 그런 부모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