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부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Dec 21. 2023

#63 쓰면 뭐가 좋을까?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을 읽고

왜 글을 쓰고 싶어 졌을까? 댄스도 있고 등산도 있고 악기도 있지 않나... 그 많은 것들 중 왜 '쓰기'가 하고 싶었을까...





p267


 써야 하는 글만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글마저 잘 쓰지 못하면 자기 삶에 온전히 만족하기 어렵다. 자기를 표현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생각과 감정을, 욕망과 충동을, 기대와 소망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해서 타인과 교감할 때 우리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문명국가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와 억압은 국가나 사회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방법을 몰라서 내면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억압이다. 남이 그랬든 스스로 그랬든, 억압은 삶의 기쁨과 의미를 파괴한다.

---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누가 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만으로 인생을 채울 수는 없다. 그게 사람이다. 털어놓고 싶은 감정,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털어놓고 드러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그런 글도 잘 쓰면 좋다.


p271


만약 글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문자라는 것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오직 극소수만이 누린 특권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지금 우리 모두는 그런 특권을 누리며 산다. ---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나 그 권리를 마음껏 행사할 수 있다. 정보통신혁명의 물결이 보통 사람과 지식계급을 나누었던 장벽을 소리 없이 무너뜨린 것이다. 이것이 축복이 아니라면 무엇을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p55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부서진 연탄재 네가 치울 거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랑이었느냐


이건 말 그대로 예술이다. 창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노력하면 누구나 이렇게 쓸 수 있다고? 거짓말이다. 어머니 배에서 나올 때부터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뇌세포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우주만큼이나 복잡하고 오묘한 연결망과 정보처리 시스템이 만든 어린 시절에 형성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특별한 감성과 언어 감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야 이런 시를 쓸 수 있다.


  p137


<<토지>>와 <<자유론>> 그리고 <<코스모스>>다. 이 책들은 두세 번이 아니라 열 번 정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논리적인 글과 예술적인 글은 서로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논리 글도 최고봉에 오르면 예술 근처에 갈 수 있다.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읽으면 논리 글쓰기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굳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고 애쓸 피요는 없다.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다섯 번 열 번을 반복하면 박경리 선생이 쓴 단어, 단어와 단어의 어울림,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저절로 뇌에 '입력'된다. 그리고 글을 쓸 때 그 단어와 문장을 자기도 모르게 '출력'하게 된다.

--- 처음에는 재미로 <<토지>>를 읽었다. 그런데 읽고 보니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도 울리는 소설이었다. --- 용이가 만주를 다녀온 월선과 재회하는 장면, 두 사람이 사별하는 대목은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또 읽으면 다른 게 더 보일까 싶어서 한 번 더 읽었다. 벌렁 누우면 양 손가락 끝이 벽에 닿는 0.7평짜리 독방에서 책 읽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던 때였기에 1부와 2부를 다섯 번 읽게 되었다. 그 직후 사흘 동안 <항소 이유서 >를 썼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쩐지  내 글이 달라진 것 같아!'


p 49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좋겠다 너는, 글재주가 있어서!"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그랬고, 정치를 떠나 문필업으로 돌아온 후에도 같은 말을 듣는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은근히 화가 난다. 이 말이 목젖까지 올라온다.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열심히 했거든!'


정확히 말하자. 글쓰기는 재주가 아니다. 사람이 가진 여러 능력 또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다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재주 또는 소질은 글 쓰는 능력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부풀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학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이야기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싶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글, 살면서 느끼는 것을 담은 글을 즐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주섬주섬 펼친다. 어제는 눈이 오고 밖은 아주 춥다. 그러나 집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스하다. 책을 펼친다. 나는 만난다. 작가를, 그리고 언어의 향연을, 그리고 세상을. 그 작업은 마음을 밝히고 머리를 맑게 한다.


'왜 쓰고 싶을까'라는 질문에 적합한 답을 못 찾고 있었는데 역시 '훔치기'는 좋은 기술이다. 작가가 잘 정리해 주었다. 정리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조금씩 기대고, 조금씩 엿보면서 자기 생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고....


그의 말들이 내 뇌주름에 쏙쏙 들어가 어떻게 출력될지 궁금해진다. 작가가 추천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책을 사러 가야겠다.


#유시민#쓰기#자기표현#훔치기

매거진의 이전글 #62 '운명적 사랑'과 '운명적 문과'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