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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21. 2024

#2023. 1.21. 일, 시 읽기.

오늘은 6시에 기도를 했다. 며칠 해가 나지 않고 어둑어둑한 겨울날들이 계속된다. 아침에 계란 프라이를 먹고 청소를 했다. 밀린 빨래를 했다. 요번에 새로 만든 흰 셔츠는 만들 때 사용한 쵸크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세제에 담가도 쵸크색이 빨갛게 파랗게 보인다. 


'이런 원단도 있구나...'


더운물에 과탄산을 풀어서 담가놓았다. 한 나절 담가야 빠질 것 같다.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지난주에 수련을 힘차게(?) 해서 왠지 자야 될 것 같다. 날씨도 흐릿하고... 한숨  푹 자고 나니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다녀와서 한 숨을 자니 해가 기울어 방안에 좀 어둑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고모들이 갑지가 난리를 쳤다. 


"00아 00아. 학교 가야지! 너 늦었다!"


깜짝 놀란 나는 책가방을 둘러매고 마당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고모들이 깔깔 웃는다.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니 낮잠을 잔 조카에게 아침이라고 놀린 거였다.




'시'가 읽고 싶어 져서 <<느낌의 공동체>>를 펼쳤다. 아... 역시 일요일에는 시야...


저녁에 무릎,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당신의 무릎, 나무의 무릎, 시간의 무릎,

무릎은 몸의 파문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살을 맴도는 자리 같은 것이어서

저녁에 무릎을 내려놓으면

천근의 희미한 소용돌이가 몸을 돌고 돌아온다


누군가 내 무릎 위에 잠시 누워 있다가

해물이 된 한 마리 소를 끌어안고 잠든 적도 있다

누군가의 무릎 한쪽을 잊기 위해서도 

나는 저녁의 모든 무릎을 향해 눈먼 뼈처럼 바짝 엎드려 있어야 했다.  


                                                 김경주, <무릎의 문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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