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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Apr 01. 2024

#2024. 4.1. 월, 쑥 뜯기.

'마라톤 신청은 왜 해가지고...'


달리기하러 가면서 투덜거렸다.

대회날은 다가오고 연습은 안 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자책 살짝, 후회 조금인 상태이다.


그런데 달리기 시작하고 1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바로 누그러진다. '신청하길 잘했어... 안 했으면 안 뛰었을 거잖아...' 기분이 좋아진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언제나 마음은 투덜거리다가 조용해진다. 오늘은 4.5km 정도 걷다가 뛰다가 했다. 뛰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올해 10km를 한 시간 안에 뛰어보고 싶다.


매호천 끝에는 맨발길이 있다. 길 옆은 습지다. 강 중간에 나무들이 자란다. 나무들은 한껏 물을 올려 이파리들을 만든다. 연노랑 연초록으로 피어오른다. 멀리서 보면 물감으로 색을 콕콕 찍어놓은 것 같다.


길 끝에 오래 묵혀둔 자그만 텃밭이 있었다.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고 그 아래 쑥이 있었다. 철퍼덕 주져 앉아 잎을 똑똑 땄다. 등에는 햇살이 쏟아지고 사방은 고요했다. 쑥잎이 여리고 보드라웠다. 손 끝에 봄이 와닿았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잊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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