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수영장 다닌다.
동네 수영장 초급에 등록했다. 숨쉬기도 안 되고 발차기도 안 된다. 레인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한두 번 멈춘다. 빨리 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 뒷사람에게 민망하기도 하다. 5월에 초급 재수한다고 말하면서 다시 초급으로 등록했다. 삼수는 안 해야 되는데..... (이건 비밀인데 사실은 6수...)
20대 초반에 수영장을 다녔다. 한 달 다니고 베체트가 재발해버렸다. 자가면역질환은 피곤하면 재발한다. 계속 다니기가 무서워져 그만 다녔다. 이듬해 여름에 다시 해보고 싶어졌다. 두 달 정도 다닌 것 같은데 영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다시 수영을 시작한 것은 40대 초반이었다. 작은 아이가 수영 강습을 시작했는데 셔틀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픽업을 해야 했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다행히 베체트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수영이 늘지는 않았다. 두 달 동안 초급 수업을 들었다. 여전히 아니올시다였다. 너무 안되니까 화도 났다. 키판을 하나 사서 휴일에 연습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수영은 넘사벽이구나. 언제 깊은 물 한 번 가보나.’하면서 허리 높이 어린이풀에서 허우적거렸다.
지금 다니는 수영장은 개장하고 바로 코로나로 3년 동안 문을 닫았다가 올해 다시 열었다. 새 건물이라 샤워기도 좋은 것이었고 자그마한 사우나도 있었다. 초급, 중급 두 레인은 0.9m였고 그다음 레인부터는 1.2m였다. 몇 년 만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맨 얼굴을 보니 이상했다. 마스크에 적응된 것인지...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감기에 걸려 4번을 결석하고 첫 수업 날에도 못 갔으니 월 수 금 주 3회 수업 12번 중 5번을 빠진 셈이었다. 여전히 팔 돌리기와 숨쉬기가 힘들었다. 선생님은 레인 중간에 서서 팔과 머리를 정확하게 잡아주셨다. “팔이 너무 넘어갑니다. 이러면 힘듭니다. 왼쪽 팔이 밑으로 가라앉으면 안 됩니다. 고개를 더 돌려야 합니다. 발차기가 끊어집니다.” 나는 하지 말아야 하는 동작들을 꾸준히(?) 하는 학생이었다.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숨쉬기를 하려고 고개를 돌리려면 쭈삣거리면서 두렵운 마음이 든다. 무서운 마음이 드니 얼음 땡 놀이하는 사람처럼 발차기를 멈추어 버린다. 팔은 쭉 뻗어야 되는데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팔이 아래로 떨어진다. 당황하니 호흡은 거칠어지고 ‘악...’하면서 물을 먹는다. 수영장 물은 미끄덩하고 이상한 액체 괴물 맛이다. 물 먹으면 저녁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한 번은 먹은 물이 기도로 넘어갔는지 밤새 기침을 했다. 한숨도 못 자고 기침을 했다. 녹초가 되었다. 감기도 떨어지지 않는다. 집에서도 털모자를 쓰고 옷을 두껍게 입는다. 오늘도 날씨가 화창한데 털이 북실한 후리스 잠바를 입고 있다. 가만히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 자꾸 추워진다.
수영 선생님이 앞에서 ‘자, 출발’하면 떨린다.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자꾸 신경을 쓴다. 수영, 이게 뭐라고...
강습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수영을 하고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뭐랄까...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의 느낌이다. 뿌듯하고 가득하다. 내리막의 자전거는 저절로 굴러가고 길가의 이팝나무는 하얀 꽃을 활짝 뽐낸다. 어설프지만 몸을 충분히 쓴 사람의 경쾌함으로 살짝 들떠있다. 해는 지고 어둠이 어스름하다. 퇴근길 자동차가 길을 가득 메운다. 후미등의 빨간 불빛이 아련하다. 지난달에 딱 한 번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호흡이 연결되어 앞으로 쭈욱 나간 적이 있다. 물이 나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섭지 않았다. 중력에서 벗어난 자유가 느껴졌다. 부드럽고 편안했다. 걸으면서 하는 움직임과는 달랐다.
수영도 삶도 살랑살랑 가볍게 나가고 싶다. 삶도 수영도 사실은, 원래는, 살랑거리는 흐름을 타야 되는 것 아닐까. 더 좋은 것이 있고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도 환상이 아닐까... 그 좁고 얄팍한 생각들 사이를 헤매고 다닌 것 같다. 손가락 사이로 흩어질 일들을 붙잡아놓고 미워하고 원망한 순간들은 지금 내게 무엇으로 남았을까... 이팝나무 꽃보다 더 작은 일들이 아니었을까...
ㅡ 이팝나무 꽃이 활알짝 핀 오월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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