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온수매트 덕분에 따뜻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일정이 없는 휴무여서 알람도 없이 잠들었더니 새벽에 깨지도 않고 8시간을 잤다.
어제까지 몸을 일으키기 조차 쉽지 않아 굴러서 겨우 탈출하던 침대를 (구른다는 표현보다는 매트리스와 이불 사이 틈에서 ‘흘러내린다’ 혹은 ‘새어 나온다’라는 표현이 행태에 좀 더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한 번에! 바닥에 두 발만을 디뎌 빠져나왔다.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맨발로 냉기가 올라오지 않는 방바닥에서 어제보다 따뜻해진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은 수면양말이 필요 없겠다 싶어, 침대 옆 바닥에 대충 던져놓았다. 약 한 달 전 이마트에서 산 회색 수면양말. 너무 꽉 맞지도, 흘러내리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에 미끄럼 방지 고무가 붙어있어서 집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벗겨지지 않는다. 마트에서 한참 고민하다 하나만 샀는데 두 개 살 걸. 너무 만족하며 쓰고 있어서 한 번 빨아야 되는데, 진짜 빨아야 되는데 하면서도 세탁통에 넣는 걸 미루고 있다. 미루고 있다기보다는 분리불안으로 놓지 못하고 있다. 작은 거실로 나오니 반만 열어놓은 거실 창으로 아침 햇빛이 들어와 거실 바닥 절반 넘어까지 들어와 있다. 아마 이 어린 햇빛들이 이른 새벽부터 야금야금 우리 집을 침범하면서 춥지 않게 다독거려주고 있었나 보다.
이 흔치 않은 따뜻하고 여유 있는 오전, 나의 몸은 원인 미상의 짜증으로 꽉 채워져 있다.
날씨, 계절, 수면, 건강, 잠들기 전 기분과는 관계없이 일어난 직후 나의 기분은 ‘나쁨’ 쪽으로 기울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발현되는 모양은 우울, 짜증, 무감각, 냉소, 예민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왜 심신을 모두 충전하는 수면 직후에 가장 예민해지는지, 이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것 같은 ‘나’를 나도 이해할 수 없다. 정확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써보고, 머리를 싸매고 여러 심리 테스트를 해봐도 명확한 설명을 찾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아니꼬워하는 과정을 지나 이제는 ’그냥 그런갑다 단계‘에 다다랐다.
이제 나 스스로를 일어나서 1~2시간 정도는 으르렁거리고 있는 치와와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치와와가 어디서 온 놈인지는 알 수 없고 중요치도 않다. 이 자식이 누군가를 물어 상처 내지 않게 어르고 달래는 게 내게 주어진 제1 과제다.
오전에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으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컨디션을 올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이른 아침 대화는 급한 일이 아니면 메신저를 이용하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일주일 전엔 식탁 위에 올려진 겨우 봉지 하나 때문에 울기 직전에 표정을 한 채로 문 밖을 나섰다. 30분만 지나도 날씨가 좋다며 헤실거릴 거면서... 이중인격자가 따로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것도 난데. 내가 맘에 안 든다고 레이저로 똑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같이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혹시 나와 함께 살게 될 미래의 누군가가 계시다면, 그분께 미리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크게 하자는 없는데, 아침엔 잘못 건들면 뭅니다. 아침만 지나면 생각보다 되게 괜찮은 애로 돌아오니까, 잠깐만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계셔 주세요. 그래도… 많이 행복하시지요?